[경일춘추]소문과 첫인상
[경일춘추]소문과 첫인상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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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나의 나무 아래서’에서 소문이라는 것이 악의와 경박함이 운동에너지가 되어 도는 성격이 있어 그것에 대해 저항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측면에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먼저 소문을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말한 것이라면 그 당장 믿기 전에 우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진짜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심스러운 소문일수록 오히려 이를 부풀리기까지 해서 퍼뜨리고 재미있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유명한 인물이라 해도 냉담한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또 다른 측면의 노력은 그것이 근거 없는 소문일 때, 자신이 속한 사회라면 소문이 퍼져나가는데 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문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다른 종류의 힘을 가지게 되는데 우리가 역사에서도 그것들이 얼마나 부정한 힘을 크게 발휘했는지 그 예를 알아야 한다고 하며 용기 있는 사람들이 이것이 진짜가 아니라고 했다면 소문이 작고 약했을 때 그 싹을 밟을 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낌새가 없이 나오는 결과는 분명히 없다. 하지만 소문은 항상 과장이란 놈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그냥 ‘이랬다’라는 사적의견이 몇 사람의 입을 거치면 엄청난 다른 말로 바뀌기도 한다. 돌 하나가 강에 던져지면 그 파문이 일파만파 강 전체로 퍼져버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좋다고 해도 이를 살펴보고 모든 사람이 싫다고 해도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는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직접 눈으로 목격했다 해도 전후사정을 모르는 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식의 오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인생 책 중 하나인 ‘오만과 편견’은 외양과 본 모습의 차이를 깨닫지 못하고 하나의 사건이나 태도로 모든 것을 적용시키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이 소설의 본 제목이 ‘첫인상’이었던 것을 보면 인간이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의 막대함을 이야기하려는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지각 있고 분별 있는 엘리자베스 조차 다르시의 태도가 오만하다 생각해 불쾌함을 느끼고 그에 대한 주변의 평가에 동조를 하며 사건을 만들어 낸다. 결국 직접 그와 맞닥뜨려 스스로 판단하게 되며 진실한 본모습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 본체를 보려 한다면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인 것으로 흩어져 갈 것이다. 다른 사람의 판단에 자신이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인상과 판단으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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