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새해의 소망
[경일칼럼]새해의 소망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8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평소와 달리 새해의 소망을 그려본다. 사람들이 갖는 새해의 소망은 참으로 다양하다. 지금 가장 급선무가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선택하게 된다.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건강하기를, 생활에 쪼들리는 사람은 돈을 많이 벌기를,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은 공부 잘하기를, 직장을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취직하기를,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은 빨리 통일되기를, 농민은 농사가 잘 되기를, 어민은 고기가 많이 잡히기를 등 일상에서 느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 같지만 본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그러면 각 가정의 부모는 어떤 소망을 가지고 있을까? 본인 자신의 문제보다 자식이 잘되기를 비는 소망이다. 건강하고 예절 바른 사림이 되어주길, 약자를 봉사하는 착한 사람이 되어 주길,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법을 준수하는 정직한 사람이 되어주길 등 자식 걱정은 끝이 없다. 부모들의 마음은 거의 똑 같을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국민들의 2024년 새해의 소망이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데이트 컨설팅 기업 ㈜피엠아이는 전국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2024년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물었다. 새해의 소망 1위를 차지한 것은 전체 응답자의 34.7%가 꼽은 건강이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적 자유(22.8)와 경기 안정(8.8)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평범한 삶(8.4%), 행복(8.0%), 내 집 마련(6.2%), 여행(4.9%)등이 뒤를 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의 소망을 건강이라고 말한다. 건강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시니어의 삶이 그렇다. 어떤 모임에 가도 화제의 주제는 건강 이야기다. 시니어는 어디가 조금만 아파도 중병(重病)에 걸린 것 같다고 인식하게 된다. 확대하고 비약하게 된다. 쾌활과 낙천은 사라지고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요즈음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 신어가 많이 회자되고 있다. 메디컬리제이션(medicalization)이란 노화로 인한 여러 가지 육체의 고통이나 활동의 제한을 전부 질병 또는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함으로서 과잉 치료 등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보고 미국 사회학계에서 새로 만들어 낸 용어다. 시니어가 되면 자연스레 몸의 여러 곳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시력이 떨어지고 청력도 떨어진다. 소화 기능도 약해지고 불면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지럽고 이석과 이명을 동반하기도 한다. 식욕도 저하되고 허리 통증과 근감소증은 필수다. 이러한 현상은 시니어가 되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자연 현상이다. 이제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는 것도 시니어에게만 주어지는 삶의 지혜다. 시니어의 삶은 육체적인 노쇠보다 정신적인 쇠약함이 더 힘들고 두렵게 한다. 하지만 어쩌겠나 새해의 새 기운으로 씩씩하고 용감하게 일어나 보자. 그렇게라도 해야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그래 간절한 새해의 소망이 하나 있다. 새해에는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신뢰가 무너진 사회가 되어 버렸다. 국민 1000명 중 절반을 훨씬 넘는 769명(76.9%)은 대부분 사람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트랜드모니터가 지난 2023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회사 동료에 대한 신뢰도는 41.6%로, 선배 또는 상사에 대한 신뢰도는 35.4%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사회는 누구도, 무엇도 쉽게 믿을 수 없는 불신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하면 정치인 신뢰도는 신뢰 15.4%, 불신 82.1%, 잘 모름 2.5%로 나타났다. 지금 우리 사회의 불신 풍조는 입만 열면 거짓말로 포장하는 정치인들의 책임도 자유로울 수 없다. 동방을 수호하는 신성한 용으로 알려진 청룡의 해에는 부디 거짓이 없고 신뢰가 넘치는 믿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정직한 시를 쓰고 정직한 그림을 그려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