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안인득’을 잊었는가
[기고]‘안인득’을 잊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4.01.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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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신 경남도의원
조현신 의원

 

2019년 4월, 진주에서는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참사가 발생했다.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한 ‘안인득 사건’이다. 사상자의 수보다 더 참혹한 것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놓고 연기를 피해 대피하는 이웃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이다. 아직은 ‘조현병’이 익숙하지 않은 이 때, 선량한 이웃마저 편치 않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든 이 사건은 진주 지역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때문에 지나가는 행인에게 ‘묻지마 칼부림’을 하고, 대낮 공원에 여성을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특정지역에서 살인을 예고하는 이 시대의 불안은 진주시민에게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치안센터는 그런 주민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울 수는 없어도 주민들이 일상을 영위할 기본적인 뒷받침은 해줄 수 있다. 존재만으로도 일종의 셉테드(CPTED·환경 설계를 통한 예방)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치안센터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폐지될 예정인 곳이 경남이다. 모두 97곳 중 71곳이 폐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또한 그 중 합천(10곳), 다음으로 진주(9곳)에서 많은 치안센터가 없어진다는 소식이다.

치안센터를 여타 재산 중의 하나로 보는 경찰청과 학교나 병원과 같은 필수시설로 여기는 농촌지역 주민 간 간극은 크기만 하다. ‘같은 세금 내고 왜 우리 동네만 치안센터를 없애느냐’는 이의 제기부터 ‘치안센터 없는 마을은 치안도 없고 미래도 없다’며 지역 소멸의 징후로 연결하는 우려까지 여러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부 주민들은 “민생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정부가 농촌 질서 유지의 마지막 보루이자 최일선인 치안센터마저 없애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심심치 않게 터지는 빈집 털이, 치매 노인 가출,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로 인한 갈등 증가 등 농촌 질서를 바로 세우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치안센터의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욕구 중 생리 욕구 다음으로 필수적인 욕구다. 때문에 치안이 좋지 못한 지역은 단순히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의 치안 불안을 일으킬뿐만 아니라 유동인구와 관광객 수를 줄이고 결국 지역 경제 전체를 시들게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살펴볼 일이 있다. 부족한 경찰력을 대신하는 ‘자율방범대’다. 야간시간대에 서너 명씩 조를 이루거나 경찰과 합동으로 순찰을 하면서 다양한 범죄예방활동을 하는 자율방범대는 올해 법이 시행돼 전격적으로 ‘법정단체’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활동복을 갈아입거나 대기하는 방범초소가 대부분 불법 컨테이너 시설이라는 점은 자율방범대 활동 근간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모든 지역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통영의 경우 26개 자율방범 초소가 있는데 100% 합법이다. 반대로 진주는 총 39개의 초소가 100% 합법이 아니다. 일반 건축물 2곳, 가설 건축물 37곳 모두 합법화 필요 대상 시설이다.

다수의 치안센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고, 또 경찰력을 보완하는 자율방범대의 활동 근거지는 불법 컨테이너라 하니 진주시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따라서 경찰청은 치안센터 폐지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고, 진주시는 자율방범대의 거점시설을 서둘러 합법화해야 한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 분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초소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모든 사건은 우연히 발생하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는 ‘하인리히 법칙’(1:29:300법칙)에 따르면, 안인득 사건이라는 참사가 발생하기 이전 29건의 큰 징후가 있었고, 300건의 사소한 다툼과 문제들이 발생했다. 또 한 명의 안인득이 나타나지 않도록 지역 내 크고 작은 문제들의 고리를 풀어갈 치안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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