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허망함이 예고된 4·10 총선
[경일포럼]허망함이 예고된 4·10 총선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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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 번 국회의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공격수나 수비수라기보다는 국민 전체를 위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셈이다. 그럼에도 늘 다람쥐 쳇바퀴 돌듯 헛수고로 그친다. 선거제가 개편되어 진일보하지 않는 한 그 논의 자체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후진적 정치 구조로 인해 21대 국회 역시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은 2년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 미래가 달린 도전적 과제들 역시 아직 몇 발짝 떼지도 못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은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분위기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극단의 정치 수렁에서 헤어나기 위해서는 선거제 개편이 필수다. 제대로 된 다당제로 개편돼야 한다. 그럼에도 소선거구제하에서 비례대표제를 ‘병립형(정당투표로만 결정)으로의 회귀’나 ‘위성정당이 허용되는 준연동형(지역투표와 정당투표 연동)의 유지’로 정하면 어느 진영이 다수당이 될 것인가의 결론만 남을 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거대 양당의 기득권 체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러한 상황에선 당리당략에 휘둘리는 당론 투표만 반복될 터이니 어느 진영이 이기더라도 21대 국회와 달라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니 국가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의 역할을 논한다는 그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국일보가 신년을 맞아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심은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부동층은 35%로 여당(29%), 야당(25%) 지지율보다 많았다. 정권심판(52%)과 야당심판(48%)이 팽팽한 가운데 ‘동시심판론’은 22%나 차지했다. 국민 다수가 독선과 오만에 빠진 거대 양당 모두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판을 확 바꾸라고 유권자들은 요구하고 있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거대 양당 모두 억지스러운 기득권을 내려놓고 민심에 경종을 울리는 새 정치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정작 선결과제인 선거제는 개편하지 않은 채 공천혁신이라는 허울에만 반짝 몰입할 것 같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남, 특히 서부경남의 경우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여당의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과감한 세대교체와 인적쇄신이라는 정면 승부수가 띄워질까 봐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이번 총선에서 현역을 대거 물갈이해 본들 그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편 가르기만 하는 정치판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선 말이다. 그러다가 22대 국회의 말미에는 나름 괜찮았던 국회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만 반복될 것이다.

‘웃픈’ 현실이긴 하지만 이로 인해 다가올 총선에선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단순화될 수는 있겠다. 재도전하는 현역 의원은 그동안 지역구 예산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였다고 외치고, 도전자들 역시 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외치는 일만 남게 되니까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유권자는 누가 그나마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나만 생각하면 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해당 지역구의 지방자치단체장 역할을 대신하는 숫자만 더 늘어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경남 지역구를 제외하고 경남과 인연이 있는 국회의원이 21명이라는 현황 자료까지 등장하게 된다.

특별한 변화 없이 예정대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22대 국회 역시 사생결단식 진영 싸움만 난무하는 험악한 분위기가 될 것이다. 저 출산 고령화, 수도권 일극체제, 부의 양극화, 기후 재앙과 같은 시대적 과제는 뒷전이 되면서 말이다. 이 얼마나 허망한가. 정녕 희망은 날아가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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