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12년의 시간이 만든 ‘발사믹 식초’
[농업이야기]12년의 시간이 만든 ‘발사믹 식초’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0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재은 단감연구소 재배이용담당 지방농업연구사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의 전통 식초로, 샐러드의 드레싱 등에 쓰인다.

발사믹 식초(Aceto balsamico di Modena)는 이탈리아로 ‘식초’라는 의미의 Aceto와 ‘향기’라는 의미의 Balsamico로 우리 말로 ‘향기 식초’라 번역할 수 있다.

정통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 모네나 지역에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포도를 으깨서 얻은 원액 즙을 끓인 다음 숙성통에 넣어 최소 12년, 길게는 25년 이상 나무로 제작된 통에 숙성시키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수분이 증발해 원액의 양이 점점 줄어들면 그 양에 맞는 작은 통으로 차례로 옮겨가면서 숙성시키게 된다. 밤나무, 아카시아, 벚나무, 떡갈나무 등 다양한 소재의 나무통으로 옮겨가며 발효시키기 때문에 완성된 식초에선 다양한 향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정통방식으로 만들어진 발사믹 식초는 와인처럼 그대로 마셔도 큰 거부감이 없다. 세균 소독 등에 쓰이는 일반적인 식초를 그냥 무리하게 마신다는 느낌이 아니라 약간 시큼한 포도주스나 시판되는 과일발효초를 마시는 느낌이다.

모데나 ‘전통’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어로 Aceto Balsamico Tradizonale di Modena로 DOP 인증으로 보호된다. DOP는 Denominazione Origine Protetta로 우리말로 원산지 보호 명시라는 뜻으로 다른 지역에서는 동일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생산자들은 모데나 전통 발사믹식초 컨소시움(Consorzio di tutela di Aceto Balsamico Tradizionale di Modena)의 엄격한 규칙을 따라서 규정이 정한 포도품종과 반드시 모데나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으로 얻은 익힌포도즙(Mosto d’Uva)만을 사용해 적어도 12년 이상 발효 과정을 거쳐야한다.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관능검사를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컨소시엄이 지정한 곳에 서면 병입 작업이 가능하며 모든 제품에 시리얼넘버가 붙어 생산이력을 철저히 관리한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숙성기간만 해도 대략 12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공장식의 대량생산은 어렵다. 따라서 시중에 대량으로 유통되는 발사믹 식초들은 정통방식으로 만든 발사믹 식초가 아니다. 이는 높은 생산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위해 복잡하고 긴 생산과정을 생략한 물건들이다. 주로 ‘포도주 식초’라고 불리는 ‘Wine Vinegar’를 바탕으로 식용색소와 캐러멜을 넣어 맛과 색을 낸 뒤, 옥수숫가루나 전분(Corn starch)을 섞어 점성을 만들고,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3년 정도 숙성시켜 만들어진다.여러 합성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로지 포도즙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정통방식의 발사믹 식초와는 맛만 닮았을 뿐, 성분과 효능은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렇게 제조한 발사믹 식초는 정통 발사믹 식초가 아니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러한 단순 공정을 통해 전 세계인의 마트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쉽게 발사믹식초를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에서도 단감을 이용한 발사믹 식초 제조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오크통을 활용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통적인 단감 발사믹 식초연구와 산업화가 단순 공정의 단감 발사믹 식초를 연구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이탈리아 모데나 지역의 발사믹 식초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잡은 것처럼 대한민국 경남지역 단감으로 제조한 발사믹 식초가 전 세계인의 식탁에 자리 잡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정재은 단감연구소 재배이용담당 지방농업연구사

 
정재은 단감연구소 재배이용담당 지방농업연구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