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미치게’가 아닌 ‘아름답게’
[경일춘추]‘미치게’가 아닌 ‘아름답게’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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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이남인 노산초등학교 교사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내 말에 귀를 쫑긋 세우는 아이들, 쉬는 시간에만 에너지가 솟구치는 아이들,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아이들 등등. 초임교사였을 때 내가 맡은 아이들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잘하느냐 마느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 마느냐는 모두 의지와 노력의 문제고 불가능은 없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달콤한 보상과 견고한 규칙을 앞세워 의지가 약한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 학업이 안 되는 아이들을 무한반복과 연습을 통해 무조건 되게 하려했다. 그것이 책임감 있는 교사의 모습이고, 교사로서의 소명이라 단언했다.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아이들, 모든 것에 무기력해 억지로 끌려가는 아이를 마주할 때는 아이들도 나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아이를 키워보니 이건 개인의 의지와 교사의 열의, 학부모의 지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유전자에, 같은 집에 살아도 나와 사고의 체계도, 행동의 방식도 너무 달랐다. 이해가 되지 않는 아이의 사고와 행동 방식의 이유를 찾을 수 없고, 학교의 아이만큼 내 말에 따라 주지 않으니 갈등만 커질 뿐이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에는 의지와 노력만 안 되는 것도 있는데 내가 세운 기준에 맞는 아이들을 키우려고 강요와 압박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에게는 다양한 지능이 존재하고 각각의 지능은 독립적인 기능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에서는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영어, 수학학원이 보여주듯 우리는 사회가 혹은 교사나 부모가 원하는 관점의 틀에서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려 하고 있다. 그 방법만이 미래의 확실한 성공을 보장해 주고, 지금의 어려움은 만족지연이라는 말로 나중에 다 보상받을 수 있다고 모두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내몰고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학부모는, 학교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름답다’의 ‘아름’은 ‘나’를 뜻 한다고 한다. 각자 자신의 모습을 어떠한 틀에 맞추어 만들려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다운 모습을 나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일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각자의 색으로 아름다울 수 있도록 부모가, 교사가, 학교가 맛있는 밥을 짓듯이 적당한 물과 뜸을 들여 기다려 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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