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경 진주교대 교수
의학 드라마가 한동안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의학계의 이면이나 다툼,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것들도 있었지만 주로 외과의사의 희생정신, 투철한 직업의식 등이 매력적으로 비춰졌다. 최근에는 정신과를 다룬 드라마들이 자주 보인다.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으로 여러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얼마 전 ‘너는 나의 봄’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정신과 의사가 등장을 했다. 정신과를 다룬 본격 의학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저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한 건물에서 만나게 되며 서로를 치유해 주는 이야기였다. 비난과 학대를 받은 어린아이와 상처를 숨기도록 강요받은 어린아이, 충분한 위로를 받으며 성장한 세 아이들의 현재의 삶을 통해 어떠한 어린 시절을 보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보여주며 7살의 자신들을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며 더 단단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내용이었다.
주변에서 아이들을 보면 어린 시절 어떤 부모나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 수가 있다. 정서적으로 지지와 위로를 받은 아이들과 잘하기만을 강요당한 아이들, 혹은 학대받고 자란 아이들이 같은 성장을 보일 수는 없다. 겉으로는 별 차이 없이 성장한 것 같아도 내면은 너무나 다른 상태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학교 폭력의 문제도, 큰 범죄인이 되어가는 상황도 근본적으로는 어린 시절 주변에 어떤 어른들이 있었고 어떤 환경에 놓아져 있었느냐에 따른 것이기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진짜 교육은 아이들이 좋은 어른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정서와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허탈감과 절망감을 가지지 않도록, 다른 사람을 공감해 주고 배려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한 어른이 한 아이에게는 봄과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나 또한 누군가의 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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