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장
포목점이 모인 곳에는 ‘진주상회’가 꼭 있다. 한복의 고급 소재인 실크를 취급하는 가게들은 전통과 신뢰를 강조하기 위해 진주와 연관성을 내세운다. 진주는 국내 실크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실크제품의 명성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어 전국 어디를 가도 만나게 되는 진주상회는 실크에 대한 자긍심이 담겨 있다.
예전부터 실크는 최고급 천이었다. 가볍고, 아름답고, 질기며, 방한 성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진주 실크는 고려사에서 임금의 옷으로 진상됐을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게다가 100년 전부터 근대적인 공장제 직조가 진주에서 시작됐고 지리산의 청정한 물로 염색을 해 명도와 채도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진주는 실크의 수도로서 손색이 없다.
근래 세계적으로 실크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의 리옹, 이탈리아의 코모, 일본의 교토 등 5대 주요 산지들도 수요 감소, 대체 섬유 개발, 임금 상승, 생사 수입자유화 등으로 실크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진주 실크의 고부가가치를 위해 진주실크박물관이 설립중이라는 소식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디자인 개발과 고급 제품화에 주력한 덕분에 사넬, 에르메스 등의 명품들은 리옹에서 만든 실크를 고집하고 있다.
교토 사례도 흥미롭다. 기모노의 수요가 줄면서 니시진오리(西陣織)을 만드는 공장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찍부터 넥타이와 스카프, 소파 커버 등 제품의 다양화를 추구해왔고 최근에는 명화를 실크로 복제하는 미술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1제곱인치(in2)에 1800개의 씨줄과 날줄로 짜여진 최고급 제품(1800TC)에 주력하면서 최고급 실크제품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크는 친환경 섬유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진주 실크의 부활을 위해서는 이를 강조하고 디자인의 다양화와 함께 제품 고급화에 주력해야 한다. 지역민들은 전통이 녹아든 특산물이라는 점에서 진주실크에 대한 자긍심과 수요를 늘려야 하고, 정부에서는 첨단산업화와 고부가가치 수출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리옹과 교토에서 조만간 진주상회를 만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