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고진감래, 괴로운 일이 다하면 좋은 일이 온다
[경일칼럼]고진감래, 괴로운 일이 다하면 좋은 일이 온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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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헌 변호사
이송헌 변호사

필자는 변호사다. 2005년 2월에 개업을 했으니, 내년이 되면 20년이 된다. 그 동안 많은 소송들을 맡아 진행해 보았다. 승소한 적도 많고 패소한 적도 많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세월이 흐르면서 변호사인 필자는 상당히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 듯하다. 그런데, 소송에 임하는 보통 사람들의 기본자세는 거의 변함이 없어 보인다. 소송이나 법률 분쟁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전혀 성장하지 않은 듯이 느껴진다. 그 이유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송을 주된 업무로 하며 살아가는 필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에 한 번 소송을 겪을까 말까 한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소송은 평생에 한 번 경험할까 말까 한 대단히 큰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소송은 생애 첫 소송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송을 하게 되면 매우 긴장하게 되고, 겁을 먹게 된다. 심지어 범죄 피해자라 할지라도 고소를 함에 있어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경찰서 문턱에 가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생존한다는 그 자체로 상처와 흉터를 수반하므로 소송을 당했다거나, 소송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 할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소송은 미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과거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실관계는 이미 정리된 경우가 많다. 그러니 과거의 일들을 잘 정리해 판사나 검찰, 경찰에 잘 이야기 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고 차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고사 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이 있다. 괴로운 일이 다하면 좋은 일이 온다는 뜻인데, 우리의 삶은 대부분 그러한 것 같다. 힘든 일이 있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 지나고 나면 괜찮아진다. 그리고 나중에는 의외로 그것이 우리를 키워주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과거의 힘든 일, 실패한 일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주는 양분이 될 때도 있다. 그러니 소송을 겪을 때 너무 자포자기 하듯이 대하지 않았으면 싶은 생각이다. 조금은 더 용기를 내어 자신을 잘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인 판사나 검사, 경찰은 당신의 이야기를 생전 처음 듣는다. 사건 당사자인 당신보다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진실한 당신은 당신의 억울한 사정을 잘 설명해야 한다. 판사나 검찰, 경찰은 공정한 사람이며 편파적이지 않다. 그 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하고, 자신의 의견을 잘 정리하여 전달해야 한다. 고진감래를 믿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쓴맛이 강하다고 하여 물러나서도 안 된다. 강력한 쓴맛일수록 단맛도 강하게 올 수도 있으니까. 자신을 믿고, 자신의 진실성을 잘 정리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러나봐야 좋을 것이 없다. 너무 쉽게 양보해 손해를 보거나, 타인이 나의 진실을 알아 줄 것이라는 나태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그 쓴맛은 의외로 오랜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고통을 오래 겪거나 강하게 겪을 필요는 없다. 그러니 고진감래를 믿고 쓴맛일 때 너무 힘들어 하지 말고 차분히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앞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단맛은 꼭 온다.

다만, 필자의 경험상 우리의 삶에는 영원한 단맛이 없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쓴맛 뒤에 단맛은 꼭 오지만, 단맛 뒤에는 꼭 쓴맛이 또 오는 경우가 많았다. 단짠 과자나 단짠 간식이 인기 있지만, 인생은 단짠이 아니라 단쓴의 연속이었다. 단쓴 단쓴이었다. 끊임없이 그런 듯하다.

이에 고진감래의 상대어 ‘흥진비래(興盡悲來·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를 기억해야 한다. 소송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대체로 ‘흥할 때’ 한 실수로 인해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괴로운 일 다음에는 반드시 좋은 시절이 온다. 그러나 좋은 시절에 쓴맛을 대비하지 않으면 단맛 뒤에 새로이 찾아온 그 쓴맛에 내가 쓰러질 수 있다. 인생은 단쓴 단쓴의 무한 반복이므로, 단맛이 느껴질 때 쓴맛을 대비해야 하고, 단맛에 취해 함부로 무언가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소송을 처리해 주며 수익을 얻지만, 소송이나 분쟁에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다. 단맛일 때 쓴맛이 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듯하다. 고진감래는 맞는 말이지만, 흥진비래 역시 맞는 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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