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칼럼]부패와 발효
[과학칼럼]부패와 발효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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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


우리나라의 식품은 채소를 버무려 만든 김치, 멸치와 같은 생선으로 만든 젓갈, 콩으로 만든 메주를 이용한 된장과 간장, 누룩을 이용한 막걸리 등 다른 나라의 보다는 다양한 발효의 보고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인 김치는 ‘발효’를 시작하면 젖산이라는 물질이 나온다. 젖산은 음식물을 부패시키는 다른 미생물들을 살기 어렵게 만들어 오래 동안 음식이 부패하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우리 조상님들은 오래전부터 음식을 오래도록 보관하는 데에 ‘발효’ 원리를 활용했던 것이다.

음식이 오래되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우유나 생선 속 단백질과 지방 성분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암모니아·황화수소·아민 같은 물질이 좋지 않은 냄새를 만든다. 이렇게 미생물이 나쁜 냄새를 내면서 지방과 단백질 같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부패’라고 한다. 그런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항상 나쁜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다. 우유를 발효해서 만든 치즈의 고소한 향과, 요구르트의 새콤한 맛처럼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해서 좋은 냄새나 맛을 내는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이와 같이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사람에게 이로운 물질이 나오는 과정을 ‘발효’라고 한다.

음식물을 ‘부패’시켜 먹을 수가 없도록 만들거나 ‘발효’시켜 맛있게도 만드는 것은 미생물의 작용이다. 이런 작용을 하는 미생물들에는 곰팡이·효모·박테리아 등이 있다. 곰팡이는 가느다란 실 모양의 균사로 되어 있다. 곰팡이는 음식을 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발효’에 사용되기도 한다. 푸른곰팡이는 치즈 등을 만드는 데에 쓰이며, 황색이나 녹색 등을 띠는 누룩곰팡이는 우리나라·중국·일본 같은 나라에서 콩을 발효시킬 때 만들어진다. 또 젖산균(유산균)은 유기물을 분해해 사람에게 이로운 물질을 만들어 낸다. 젖산균이 만든 대표적인 발효 음식이 요구르트와 김치이다. 그러나 세균이라고도 불리는 박테리아는 막대·나선·공 등 모양이 다양하지만 구조가 간단한 단세포이다. ‘이스트’라고도 하는 효모는 곰팡이와 같은 무리에 속하지만 균사가 없다. 효모는 포도당을 분해한다. 산소가 있을 때는 포도당을 분해하여 이산화탄소와 물을 만들고, 산소가 없을 때엔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효모를 이용해 쌀·보리·포도 등을 ‘발효’시키면 그 과정에서 알코올이 생겨서 와인·맥주·막걸리 같은 술이 만들어진다. 빵을 만드는 데에도 ‘발효’가 필요하다. 빵을 만들 때 설탕과 효모를 넣으면, 효모가 설탕을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지고, 이산화탄소가 빵을 부풀리면서 푹신한 식감이 생긴다. 식빵의 단면을 잘 보면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바로 효모가 만든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던 자리이다.

(이부분 지면 삭제)갓 만든 김치와 ‘발효’ 과정을 거친 김치의 맛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발효 과정에서는 특유의 맛이 나기도 한다. 우유를 ‘발효’시켜 만든 요구르트는 새콤한 맛과 냄새가 나고, 치즈는 우유와 다른 고소한 맛과 냄새를 풍겨.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 된장과 청국장, 일본의 콩 ‘발효’ 음식인 낫토에서는 콩에서는 맡을 수 없는 특이한 냄새와 맛이 난다.

‘부패’는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될 때 인체에는 해로운 독성 물질이 생성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부패’가 전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인 ‘부패’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구는 금세 죽은 동식물의 사체로 뒤덮이게 된다. ‘부패’ 과정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긴 하지만, 냄새는 미생물이 커다란 동식물의 사체를 아주 조그맣게 만들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나는 것이다. 동식물은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가면 식물을 키워 주는 거름이 되기도 한다. 또 ‘부패’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땅속의 쓰레기가 썩지 않아 지구엔 쓰레기가 넘쳐 날 것이다.

이렇게 ‘부패’와 ‘발효’는 같은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미생물의 증식으로 유기물의 성분을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그렇지만 ‘부패’와 달리 ‘발효’는 ‘썩었다’고 하지 않는다. 김치와 요구르트가 아니더라도 ‘발효’를 활용한 빵과 주류의 제조는 인류에게 큰 효용을 준다. 같은 대사 과정임에도 좋은 이미지가 ‘발효’에만 형성되어 있다.

‘발효’는 사실 ‘부패’라는 생태계 순환을 이루기 위한 자연의 지혜를 인간이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부패’와 ‘발효’는 모두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며, 지구의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점에는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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