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6]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6]
  • 경남일보
  • 승인 2024.01.1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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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6)
새해 들어 둘째 만남이지만 지난해 끝부터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들을 갈무리하고 있습니다. 제 바람과 다짐들을 되새기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외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두발이 아닌 한쪽만의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르게 말한다면 ‘한쪽 발’입니다. 앞서 알려드린 ‘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는 짓’을 가리키는 ‘앙감질’이 ‘외발로 뛰는 짓’이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나온 ‘닭싸움’을 다른 말로 ‘외발 싸움’이라고도 합니다. 외발이 들어간 말로 ‘외발뛰기’가 있는데 ‘외발로 뛰는 동작 또는 두 발을 다 쓰지 않고 한쪽 발로만 멀리 뛰는 동작’을 가리킬 때 쓰는 말로 ‘앙감질’이 바로 외발뛰기입니다.

다음으로 여러분이 다 잘 아시는 ‘왼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 말은 ‘왼쪽 발’을 뜻하는 말이고 ‘오른발’과 맞서는 말입니다. 앞서 오른발 이야기를 할 때 ‘오른’이 ‘옳다’의 ‘옳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풀이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왼’은 ‘옳다’와 맞서는 말인 ‘외다’의 ‘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풀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쓰는 말 속에 옛날부터 이어져온 우리 겨레의 생각틀(사고방식)이 스며있는 것입니다. 이 말이 들어 있는 옛말(속담)에 ‘왼발 구르고 침 뱉는다’가 있는데 ‘무슨 일에든 처음에는 솔선해 나서지만 곧 슬그머니 발을 뺌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사람들이 발을 내디딜 때 왼발부터 내딛는 버릇과 이어지는 말이지 싶습니다.

발이 들어간 말로 ‘잔발’이 있습니다. 이 말은 ‘무나 인삼 따위의 굵은 뿌리에 덧붙은 잘고 가는 뿌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흔히 쓰는 ‘잔뿌리’와 비슷한 말이기 때문에 잔뿌리라는 말을 써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잘게 잘게 발을 디딜 때 잔발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이런 뜻은 말집(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입니다. 앞으로 말집(사전)에 이런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쓰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절름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걸을 때에 절름거리는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절름거리다’는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몸이 한쪽으로 자꾸 가볍게 기우뚱하다’는 뜻을 가진 움직씨입니다. 같은 뜻을 가진 ‘절다’와 이어지는 말이지요. 이 절름발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가 붙은 ‘절름발이’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을 말집(사전)에서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에 몸이 한쪽으로 자꾸 거볍게 기우뚱거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낱말 풀이가 우리말의 쓰임을 자꾸 좁히고 가두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파행(跛行)’이라는 말이 ‘절뚝거리며 걸음’이라는 뜻입니다. 많은 곳에서 쓰고 있지만 그 뜻풀이에 ‘낮잡아 이르는 말’을 덧붙이지 않습니다. ‘레임덕(lame duck)’이라는 말도 온누리(전세계)에서 흔히 쓰는 말이고 뜻을 그대로 풀면 ‘절름발이 오리’란 뜻이지만 말집(사전) 뜻풀이에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는 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들 스스로 우리말을 낮잡아 보게 만드는 이런 뜻풀이들을 바로 잡고 다듬어서 우리말을 제대로 받아들여 사이좋게 쓸 수 있도록 함께 힘과 슬기를 모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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