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인을 만나다]김종필 사천 극단 장자번덕 신임 대표
[청년 예술인을 만나다]김종필 사천 극단 장자번덕 신임 대표
  • 백지영
  • 승인 2024.01.21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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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길 배고프다지만 삶 풍요롭게 하는 매력 있다

“이훈호 대표처럼 되고 싶어”…무대 넘어 지역사회 ‘효능’ 고심
 

김종필 사천 극단 장자번덕 신임 대표

“고교 시절 철없이 꿈꿨던 극단 대표직을 실제로 맡게 되니 정말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난 20일 사천 극단 장자번덕은 창단 26년 만에 새로운 대표를 맞았다. 그 주인공은 장자번덕과 연을 맺은 지 14년 차, 김종필(29) 제2대 장자번덕 대표다.

도내 극단 중에는 처음으로 ‘대표 이·취임식’도 마련했다. 수장직에서 물러나는 이훈호 초대 대표는 극구 사양했지만 그의 바통을 건네받는 김종필 신임 대표가 그간 고생한 이 대표, 그리고 장자번덕의 여정을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기획한 행사다. 이임식에 방점을 둔 이날 행사에는 도내 연극인 50여 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150명에 가까운 이들이 몰려 극단 제2막을 축하했다.

여러모로 눈길이 가는 행사를 사흘 앞둔 지난 17일, 사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김 신임 대표를 만났다.

김해가 고향인 김 대표는 고교 시절 일종의 직업 체험 형태로 장자번덕과 인연이 닿았다. 그는 중학교 시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만난 걸 계기로 연기에 관심을 두게 됐다. 영화와 사극을 섭렵하며 영화배우의 꿈을 키운 소년은 송강호 같은 유명 배우들이 오랫동안 극단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를 접하곤 연극 동아리의 문을 두드린다.

‘영화배우’를 꿈꾸며 시작한 연극은 영화보다 훨씬 매력적인 존재였다. 함께 모여 작당 모의하듯 작품을 만들어 가는 특유의 매력은 물론,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박수받는 짜릿함에 매료됐다.

연극을 오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힌 건 연극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체감하고부터다.

“연극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의 삶을 대사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참 좋았어요. 까칠했던 성격이 줄고 다정함이 늘었어요. 더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다 보니 뭐든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자세를 갖게 됐죠. 이게 저한테는 연극의 ‘효능’이었습니다.”

연극의 매력에 빠진 그는 고교 시절 선생님을 졸라 고3 시절에나 가능했던 직업 체험 활동을 고2 때부터 시작한다. 처음엔 집과 가까운 김해 극단을 찾았지만, 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극단을 찾아 사천 장자번덕에 정착했다. 학생 신분으로 오가기엔 가깝지 않은 거리였지만, 극단을 찾아 불장난도 하고 연극 소품을 만들겠다며 목공에도 나선 기억은 찬란한 추억으로 남았다.

가까운 극단들을 뒤로하고 장자번덕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훈호 초대 장자번덕 대표였다.

김 대표는 “사람이 참 멋있더라. 작업에 대한 열정과 그 집중력에 반했던 것 같다”며 “주변에서는 연극의 길을 걸으면 배고플 거라는 잿빛 전망을 내놨지만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렇게 장자번덕에서 배우로서, 기획자로서, 연출로서 함께한 게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다.

장자번덕이 한동안 상주 단원을 두기보다는 1년 단위로 뭉쳐 작품을 만들고 찢어지길 반복해 왔던 만큼, 끈덕지게 극단을 지킨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이 전 대표 부부를 제외하면 극단의 여정을 가장 오래 함께한 최고참이 됐다.

이런 상황을 예견한 걸까, 이 전 대표는 김 대표가 고교생 시절 일찌감치 극단 대표 자리를 권했다.

“저에게 ‘나중에 크면 네가 대표 맡아야 한다’고 하셨던 걸로 기억해요. 그때는 의욕만 앞섰던 때라 신이 나서 좋다고 외쳤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무게가 느껴지더라고요. 5년 전 저에게 대표직을 물려주려 하시길래 딱 5년만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5년의 담금질을 거치면서 김 대표는 조금은 더 준비된 마음으로 수장직을 맡게 됐다.

그사이 연출로 데뷔했고, 기획자로서 철학도 굳건해졌다. 극단의 재정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조금 사업 공모에 나섰다면, 이제는 지역에서 뭘 해야 하는지 사명감을 품고 임하게 됐다. 같은 사업이라도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 지역민에게 감동 선사, 극단 단원에게 동기 부여 등 3가지 요소가 선순환할 수 있도록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연극인을 넘어 극단 대표라는 중책도 함께 수행해야 하는 만큼, 김 대표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연극이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잖아요. 작품 제작은 배우들이 자신을 흠집 내고 배역에 체화하기까지 힘든 과정 투성이지만 경제적인 보상은 많지 않죠. 이 치열한 여정을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일이 돈은 되지 않지만 정말 가치 있는 일이구나’라는 신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사회에 그가 느낀 연극의 ‘효능’을 전달하는 것 역시 큰 목표다.

김 대표는 “각박한 세상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연극으로 힘을 주고 싶다”며 “다정한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을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김종필 사천 극단 장자번덕 신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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