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무임승차 폐지 공론화
[천왕봉] 무임승차 폐지 공론화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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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공자님 어록에 부지노지장지(不知老之將至)란 말이 있다. 늙음이 다가오는 걸 모른다는 뜻으로, 곧 ‘제 죽을 줄 모른다’쯤 될 법하다. 논어 원문은 ‘발분망식 낙이망우(發憤忘食 樂而忘憂) 부지노지장지 운이(云爾)’다. ‘분이 나면 밥 먹기도 잊고, 즐거우면 걱정도 잊어버려 늙는 줄도 알지 못하는 자일 뿐’이라는 자평이다.

▶한 번 빠져들면 먹는 것도 잊는 몰입형, 즐거운 일엔 모든 근심을 떨치는 낙천형, 늙는 현실에 초월한 인간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그때 그때의 기분에 빠져 앞날을 대비하지 않는 한심한 사람으로 자기를 낮추는 말이란 풀이가 보편적이다. 어쩌면 세상 사람이 다 그렇거니와 그 자신도 보통사람의 하나일 뿐이란 말인지도 모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노인층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 폐지를 총선공약으로 내놨다. 44년 된 무임승차를 없애고, 대신 연간 12만 원의 교통카드를 주겠다는 것. 무임승차 폐기 공론화 촉발이다. 이를 두고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은 ‘신당이 아니라 패륜아 정당이고 망나니 짓거리’라고 했다. 어느 노인은 ‘누구나 다 노인이 된다’는 말로 섭섭함을 표했다.

▶이 대표는 ‘연간 8000억이 넘는 지하철 적자는 미래 세대의 빚’이라고 했다. 비판자들은 ‘그게 온전히 노인 공짜 승차 때문이냐’고 한다. 지하철 없는 곳에는 별 관심 없는 소리지만 혜택을 받고 있는 노인들은 ‘너희는 안 늙을 줄 아느냐’고 분개할 법도 하겠다. 하긴 공자도 자기 늙을 줄 몰랐다는데 요즘 젊은 정치인들이 어찌 노인 설움을 헤아리겠는가.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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