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이성자미술관을 다녀온 적이 있다. 진주시에서는 지역이 낳은 예술가를 기리기 위해 2009년 시립미술관으로 지어 그녀의 업적을 알리고 있다. 이 화백은 1951년 파리로 건너가 선구적으로 조형미술을 공부한 개척자였으며, 아흔을 넘은 나이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던 서양화와 판화의 거장이다. 2020년 재개관한 미술관은 이 화백의 열정과 선구자적인 안목이 담긴 작품으로 가득하다.
1999년 파리에 있는 주OECD 대사관저에서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조형예술가 12인 전시회에서 화백을 뵌 적이 있다. 1년간 열린 상설전시회는 이 화백을 비롯해 백남준, 한묵, 김창열, 방혜자 선생 등 열두 분의 거장들이 참여했고 외교사절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화백은 ‘극지로 가는 길’이라는 그림을 출품했는데 붉은 바탕에 수많은 별과 그 중심에 마주 보는 작은 원형의 아담한 집이 담겨 있었다.
그녀가 남긴 많은 작품에는 그녀의 철학과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북극을 지나면서 봤던 별이 주는 이국적인 정서와 향수, 소망은 익숙한 동화처럼 화폭에 펼쳐져 있다. 극지를 지나면서 상상했던 일들은 현실이 되었고 건축작품으로 태어난 것에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품에 대한 꼼꼼한 그의 메모는 예술을 대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을 볼 수 있다.
이 화백은 프랑스에 살면서 그림과 관련해 가장 부러운 것이 미술관에 모인 아이들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미술관에 와서 그림 설명을 듣고, 또 직접 그리는 모습은 참으로 어린이에게 꿈을 준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엇을 그렸고, 왜 그렸는지를 자세히 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자미술관은 화백님의 말씀처럼 어린이들이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 화백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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