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푸른 용의 해, 우주항공청 시대를 맞이하며
[객원칼럼]푸른 용의 해, 우주항공청 시대를 맞이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4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양희돈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십간(十干)은 자라나는 씨앗의 형상을 상형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한데, 그 첫 번째인 갑(甲)은 발아의 시초에 껍질을 뒤집어 쓴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갑, 을, 병을 지나 정(丁)에 이르러서는 껍질을 완전히 벗어내고 꿋꿋하게 선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또한 십간은 음양오행에 의해 색깔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갑과 을은 청색을 나타내므로 올해는 푸른 용의 해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십이지(十二支) 중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으로는 조류에 해당하는 닭이 있기는 하나 온전히 비상하여 날 수 있는 것은 용 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싹을 틔우는 갑(甲), 창공의 색깔로 대표되는 청(靑), 날아오를 수 있는 용(龍)을 조합해 볼 때 우주항공청 시대가 도래하는 이번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참으로 의미심장하게 여겨진다.

한국판 NASA라 할 수 있는 우주항공청이 태동하기까지 기나긴 산고의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소요됐다. 우주개발에 대한 국가적인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문제의식으로부터 2007년 7월 과학기술부 주관 우주개발진흥전략심포지엄을 계기로 그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우주개발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에 대한 공감대 부족으로 그러한 논의에 힘을 얻지는 못하였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2021년 5월, 마침내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지되어 40여년 동안 지속된 우주개발의 커다란 장애물이 제거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첫 시험 발사를 통해 성공에 근접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줬으며, 남아있는 기술적 장애를 극복해 2023년 5월 25일 마침내 3차 발사에서 실제 위성을 지구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킴으로써 우리나라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세계에서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렇듯 우주개발 시대의 도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하며 우주항공청을 설립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으나, 지난해 4월 법안이 마련된 이후에도 우주항공청의 범위나 위치와 관련된 쟁점으로 인해 상임위 문턱에서 번번이 좌초되며 진통을 겪어왔다. 하지만 지난 8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후 다음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63명, 기권 3명, 반대 없음으로 신속히 가결됨으로써 지난 9개월간의 정치권 내에서의 힘겨루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필자는 최근 K-방산의 주역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T-50 고등훈련기의 개발 당시, 스핀(spin) 현상을 파악하고 회복을 위한 제어기법 및 스핀슈트를 설계하기 위해 NASA와 협업을 한 경험이 있다. NASA는 미 전역에 여러 사이트가 있지만 특히 공기역학 분야의 연구를 위한 각종 풍동설비가 모여있는 곳이 바로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랭글리연구소(LaRC)이다. 실제 항공기를 운용하는 군부대와 활주로 그리고 각종 시험설비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항공공학을 연구하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국가 주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되었고 당시에는 그러한 시스템을 부러워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우주개발이라는 원대한 목표와 함께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우주개발 시대의 개막을 알린 누리호 발사 성공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해 정부는 우주항공청 개청일을 발사 성공 1주년을 기념하는 오는 5월 말로 정하고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지자체에서는 지난 16일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준비단을 출범해 정주여건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푸른 용의 해, 기회는 왔다. 법안에 대한 여야의 힘겨루기에 마침표를 찍어 화룡에 점정(點睛)을 했으니 힘차게 승천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