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우리 사회는 말 할 수 있는 사회인가?
[여성칼럼]우리 사회는 말 할 수 있는 사회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4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지난주 양산의 시의원이 1년 동안 직원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피해자는 1년 동안 참았다가 가해자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이후에야 입을 열었다. 시의원이라는 위력에 대항하기 어려워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냈지만 침묵하지 않았다. 모든 폭력 가해자는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사람들이 망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감행한다. 이에 맞서 피해자는 모든 사람들이 가해자의 편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안전하다고 느껴야 용기 내어 말한다. 결국 안전하다는 것은 나의 말을 믿어주고, 도와주고, 지지해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연대의 힘을 느낀다는 말이다. 피해자의 말하기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위력을 휘두르며 성범죄를 저지르는 시의원을 단죄할 수 있다. 양산시의회와 사법부는 김태우 시의원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은 폭력근절과 동시에 피해자의 치유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18일 지역의 한 행사장에서 대통령에게 인사하며 말을 건네는 국회의원을 대통령 경호원들이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치는 일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자신이 있는 공간에서는 자신에게 환호를 해야 하는 사람만이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의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이 불행해집니다”라는 말이 대통령에게 위협적이기보다는 건방진 언행이었던 것이다. 국민들이 대표로 뽑은 국회의원의 쓴소리를 듣기 싫다는 확실한 의지는 국민의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불통의 정치를 드러낸 것과 다름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말 할 수 있는 사회인가?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합의하여 공동체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이다. 무엇보다 경청을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척도이다. 변화는 모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불통의 정치가 일상화되면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말을 해봤자 소통은 안되고, 권력자가 싫어하는 말을 하면 고립되며, 안전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위력이다. 권력관계에서 권력자의 지위가 나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위력이 공공연하게 뉴스에 보도되는 요즘, 우리는 일상에서 쉽게 소신을 말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의 윤석열정권은 경청, 수렴, 토론, 합의, 존중, 인권, 소통, 평등, 평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확실하다.

권력자의 위력과 폭력은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김태우 양산시의원처럼 권력에 도취된 자들이 경계를 넘어 위력을 휘두르고 있다. 권력자가 불통의 정치로 위계와 강압으로 사회를 지배할 때, 약자들은 얼마간 입을 다물지만 연대의 힘으로 수많은 입과 목소리로 부정의함에 맞서왔다는 것을 우리의 역사가 말해준다. 이제 우리는 침묵은 동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은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아무것도 듣지 않고, 국민의 안위는 들여다볼 마음이 없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진심을 직시하고, 이제 입을 열어야 한다. 입을 틀어막으면 더 많은 입들이 생겨나 말하고, 함성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폭넓은 연대로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 불통의 정치를 멈추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며 경청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일꾼을 뽑아 연대의 힘을 키워야 한다. 진정한 연대로 안전한 사회,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침묵을 깨고, 고립에서 벗어나 함께 맞서며 입을 모아보자.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진보운동가 강병기 선생이 외쳤던 ‘주인답게! 당당하게!’ 우리 함께 도전하고, 행동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