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들은 연수의 서두는 모두 인구 이야기였다. 그동안 신문 기사에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하다 했고, 이를 반영한 출산장려책이 매년 쏟아져 나왔지만, 그 심각성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창녕에서 근무하는 강사의 2023년도 창녕군 출생아 수가 단 4명뿐이었다는 말에 그 심각성이 피부로 와 닿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2명의 자녀를 낳았지만 나보다 더 늦게 결혼한 친구들이나 후배는 자녀가 1명이나 아이를 낳지 않았다. 그리고 첫째 아이 친구들은 대부분 형제, 자매가 있는데 반해 5살 터울의 둘째 친구들은 모두 외동이다. 통계가 아니라 내 주변이 이미 인구 절벽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렇게 아이를 낳지 않으려고 할까? 정치권이나 뉴스에서는 집값, 취업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다른 직종보다 취업이 빠르고 육아를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좋은 초등교사들도 이제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 이유가 경제적, 환경적 요인뿐일까? 내가 후배들에게 뱉었던 “애 낳으면 이제 너는 없는 거야.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하면서 재미있게 살아”하고 말했던 내 푸념이, 부정적인 육아의 인상들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를 낳기 전과 후의 삶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그 변화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엄마가 아니면 보지 못할 더 큰 세계를 배울 수 있었고,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폭과 깊이를 더하며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든 육아 속에서 내 아이만이 채워주는 정서적 풍요로움과 소소한 행복은 덤이다.
최근 금쪽이 이야기만 들었다면 지금은 우리 집 행복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리 집 첫째는 까칠한 행복이다. 한참 사춘기여서 하는 말들이 날카롭고 표정 또한 사납다. 이 까칠이도 잠잘 때가 되면 사춘기가 사라져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자다가 살며시 내 손에 깍지를 끼운다. 손길이 닿으면 불편할 것 같은데 오히려 내 마음은 따뜻하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우리 집 둘째는 본능적인 행복이다. 항상 첫째에게 밀리는 것 같아 미안한 둘째에게 “엄마가 언제 제일 좋아?”하고 물으니 “지금”이라고 말한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드라마나 연애소설에서 나올 법한 대사를 6살짜리가 말한다. 그 대사의 주인공인 나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이렇듯 부모 노릇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아이와 마음껏 뛰어놀고, 그 속에서 행복을 함께 느끼는 것도 인생에서 꼭 이뤄야 할 과업 중 하나로 자리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