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마트휴업 규제 완화의 전망과 고려할 점
[경일시론]마트휴업 규제 완화의 전망과 고려할 점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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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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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넷째 일요일에 이어 월요일이 크리스마스로 사흘간 연휴였다. 대형마트로서는 쇼핑이 집중되는 ‘황금어장’이었으나 그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말았다는 게 업계의 볼멘 푸념이었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이 대형마트 휴업인데 고객이 붐빌 성탄절 연휴 때 공교롭게 휴업일을 만난 거다. 대형마트 공휴일 휴업은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법과 조례로 정해져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가 매월 이틀씩 공휴일에 쉬도록 한 규제를 고치기로 했다. 한 달에 이틀 쉬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되 꼭 공휴일 휴업을 법에 못박지 않고 월~금 사이 평일에 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생활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매체들은 이를 저마다 앞다퉈 크게 보도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바라던 일이어서 관심 끌 기사였기 때문이다. 직장 쉬는 일요일에 시장을 봐야 하는데 마트가 문을 닫아 그 동안 소비자 불만이 쌓여왔다. 그런 터에 나온 규제 완화 방침인지라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인 거다.

마트 휴업일을 주중 평일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다. 대형마트 노동자가 소속된 노동단체들이다. 또 골목상권을 지켜온 영세상인과 전통시장 상인들도 규제 폐기가 반가울 리 없다. 지난해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가 조례 개정을 통해 마트 휴업일을 주중 평일로 전환할 때의 거센 반발을 익히 보았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영세상인들도 먹고 살아야지 않겠느냐는 항변을 백안시할 수는 없다. 마트 노동자도 남과 같이 월 2회씩이나마 공휴일에 쉬고 싶다는 외침도 외면하기 어렵다.

대구 같은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듯이 현행 법으로도 ‘공휴일 휴업’을 폐지할 방법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의무 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하되, 이해 당사자와 협의를 거쳐 조례로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 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 그러나 대다수 지자체들은 그동안 소비자들의 요구에도 평일 휴무로 변경하지 못 했다. 전통시장과 노동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대형마트들의 공휴일 의무휴업은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됐다. 서민들의 쇼핑 수요가 집중되는 공휴일에 마트가 휴업을 하면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다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공휴일 휴무 보장으로 그들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취지도 있었다. 이러한 취지는 지금의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유효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 시장을 보는 주부들이 더 많은 오늘날의 추세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사람들은 평일 휴무로 전환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마침내 정부가 다수 국민의 뜻을 좇아 이번에 변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안은 법률 개정의 문제다. 따라서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여당뿐 아니라 야당과도 협의가 이뤄져야 풀릴 일이다.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국면임을 감안하면 이번 21대 국회에서 법령 개정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런 터에 정부가 이것을 국민생활 규제 혁신 방안으로 내놓은 건 총선 이후에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게 본뜻일지도 모른다.

골목상권 보호가 이 제도의 취지였다. 하지만 소비자는 대형마트 이용을 더 선호하는 오늘날이다. 때문에 법 취지의 실효성은 매우 낮다. 그걸 붙들고 소비자만 불편케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전통시장을 비롯한 영세 상인들에게 이 제도는 그나마 최소한의 보호장치였던 것도 사실이다. 관련 노동자들 삶의 질 측면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정부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들에게 기존의 상생 혜택이 유지되고 보장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무 폐기는 그것과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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