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기연 일부 부서 대전 이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기고]국기연 일부 부서 대전 이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5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교수·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 지역공공기관 우수인재육성센터장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일부 부서를 대전광역시로 이전을 추진한다고 한다. 경남진주혁신도시 조성 당시 터 잡았던 국방기술품질원 조직이 커져서 지금은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로 분리됐다. 지난 2021년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출범 당시부터 대전으로의 이전이 거론되더니, 2022년에는 소리소문없이 1개 부서를 옮기고, 올해 또 1개 부서가 대전으로 이사가겠다고 한다. 엄동설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에 따라 혁신도시가 지정됐고, 수도권의 공공기관들은 지방으로 순차적으로 이전했다. 우리 지역인 경남진주혁신도시에는 2013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 남동발전, 국방기술품질원 등 11개 공공기관이 2016년까지 이전을 마치고, 지역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국토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에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목적으로 혁신도시특별법을 제정했고, 이전공공기관의 소재지, 조직규모, 인원조정을 관리하고 있다.

혁신도시특별법 제4조 및 관련 지침에 따르면, 이전공공기관이 소재지 등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지방이전계획을 작성해 그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와 협의하고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번 사태에서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혁신도시특별법에서 규정한 이전계획 변경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안만을 정해놨을 뿐, 지방 간 이동 즉, 진주에서 대전으로 이동하는 사안은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도, 국토부 장관 승인도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시행령 제27조에서 따라 이전기관을 명시해 지방에 혁신도시를 완성했고, 이후 이를 명확히 이행하고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혁신도시특별법에는 공공기관의 수도권에서 지방 이전 제반 내용들이 들어있다. 법상, 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들은 그곳으로 이전해 안착하라고 지정 당시부터 정해 놓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지방에서 지방으로의 이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 이전사항은 법 적용 대상 밖이라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주장은 법 해석을 오남용한 것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아전인수다. 심지어, 혁신도시특별법 제29조는 이전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의 이전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부서 이전을 고려하는 곳은 대전 혁신도시가 아니라 그 외 지역인 대전테크노파크다. 이 또한 법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혁신도시 지역 외로 개별 이전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소리소문없이 도둑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업무 효율성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청사 보안 문제도 들먹인다. 아무리 고운 눈으로 보더라도, 관련 법을 제멋대로 해석해 수도권 근처로 옮기려는 행태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전국 혁신도시에 소재해 있는 이전 공공기관들이 수도권만 아니면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소린데, 어불성설인데다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본들 속내를 감출 수는 없다.

행정당국에서 이를 묵인한다면,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고, 나아가 전국 혁신도시들을 붕괴시키는 도화선이 될 우려가 상당히 크다. 현 정부가 천명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는 전국 혁신도시의 성장과 발전을 대전제로 한다고 필자는 여긴다. 이번 사안을 본보기 삼아행정당국의 엄정한 조치가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며, 지역이 스스로 소멸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지역인재 육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정대율/경상국립대 교수·울산경남지역혁신플랫폼 지역공공기관 우수인재육성센터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