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호 경남투자경제진흥원장
남태평양 한가운데 삐죽 솟은 산호초 섬 위에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는 철새들의 똥이 쌓여 진주시 1/33 크기의 작은 섬나라가 된 나우루 공화국이 있다. 산호초, 새똥, 바닷물이 오랜 세월의 화학적 결합으로 비료의 주요 원료인 인광석으로 변했고, 이를 1899년 영국의 한 회사가 채굴한 후 자원화했다. 풍부한 인광석을 기반으로 1981년 나우루의 1인당 GDP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고, 국민은 각종 복지로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무한할 줄 알았던 인광석의 무분별한 채굴로 국가는 파산을 맞게 되었다.
나우루 사례를 보며 경남의 산업 생태계를 되돌아보면 창원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요람으로 2000여 기업들이 입주해 기계, 자동차, 가전제품, 건설중장비, 방산 제품을 생산·수출하는 국내 최대 산업단지 중 하나로 경남의 경제부흥을 견인했다. 하지만 최근 도내 산업현장에서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며 은퇴를 앞에 두고 있는 중장년층이나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이는 교육과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젊은층이 수도권 및 타지역으로 전출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폐업하는 기업들도 주위에서 만만치 않게 접하고 있다.
지난 19일 경남도 명사 초청특강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홍보대사인 폴윤 교수의 말씀처럼 “명품 가방도 브랜드 로고를 부착해야 평범한 제품에서 세계 최고의 상품이 되는 것”과 같이 경남의 우주항공청 유치로 KAI를 비롯한 기존 우주항공산업 생태계를 벗어나 대한민국 전체 우주항공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언급한 눈부신 성장과 그 이후 국가 파산이라는 나우루의 사례에서 보듯 정부의 제도적 노력과 성장동력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경남이 우주항공청 유치에 안주하지 않고, NASA가 주도하는 우주 탐사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는 우주에너지, 스마트파밍, 데이터 서비스, 바이오 및 제약 분야 등 관련 산업 발전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여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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