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해를 맞이하면서
[기고]새해를 맞이하면서
  • 경남일보
  • 승인 2024.01.2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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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헌국 전 진주교육장
조헌국 전 진주교육장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 날인 정월(正月) 초하루를 설날이라고 하였다. 갑오정변(1894년) 이듬해 양력을 사용하기로 조정에서 고시하고 1895년 음력 11월 17일을 1896년 양력 1월 1일로 바꾸면서 그날을 새해 첫날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날을 일본설이라고 하며 명절로 지내지 않고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날로 여전히 지냈다. 전통적인 명절인 설날과 새해 첫 날(양력 1월 1일) 둘을 음력설과 양력설, 신정(新正)과 구정(舊正)으로 구별해 말하기도 하였다. 이제 이런 말들은 쓰지 않았으면 한다. 양력 1월 1일은 새해 첫 날이고 음력 정월 초하루는 설날이다.

이렇게 지내다보니 이중과세(二重過歲)라는 말이 나오고 이에 따른 폐단이 있다고 하여 한때는 양력설만을 쇠도록 강요하면서 그날만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그러다가 1985년 정월 초하루, 설날을 ‘민속의날’이라고 하여 하루 공휴일로 하다가 1988년부터 설날이 3일 공휴일이 되면서 명절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또 경술국치 이후로는 새해를 맞으면서 일본 풍습을 따라서 ‘근하신년’(謹賀新年) 이라는 일본식 말을 써서 연하장 엽서를 보내는 풍습이 생겼다. 축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말인데 근하신년을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차라리 새해 인사는 근하신년이라는 한자말보다 ‘새해에는 소원성취(만사형통)하시기 빕니다’가 적당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2월초 입춘이 되면 입춘서(立春書), 입춘방(立春傍)을 대문에 써붙였다. 이는 성종 13년(1482년)에 임금이 입춘을 맞아 조정 신하들에게 각자 글을 써 대문에 붙이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살기 평안하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과 ‘집집마다 살림이 부족함 없이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해 살기 좋다’는 의미의 가급인족(家給人足),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오고,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온다’는 뜻의 개문만복래 소지황금출(開門萬福來 掃地黃金出)이나 용(龍), 호(虎) 글자를 붙이기도 했다. 후세에는 백성들에게도 입춘서를 붙여 두는 관습이 퍼져 대문에 흔히 입춘대길(立春大吉)과 짝이 되는 글귀로 소원성취(所願成就)나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써 붙였다.

그러나 요즘 보면 대문 양 쪽에 입춘대길(立春大吉)과 건양다경(建陽多慶)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입춘대길은 선조 26년(1593년) 승정원에서 임진왜란 후 민심을 안정을 위해 행궁에 붙이기를 건의해 쓰게 됐다. 건양은 고종 33년(1896년)에 일본의 강요로 양력을 사용하면서 연호로 처음 썼다가 이듬해(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연호도 1년 만에 광무로 바꾸고 건양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건양다경은 양력을 쓰면 경사로운 일이 많다는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낸 4자성어이다. 옛 선비들은 이 말은 성립하지 않고 가소로운 말이라 하여 쓰지 않고 입춘대길에 만사형통이나 소원성취를 대련(對聯)으로 내걸었다.

이제 우리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일본풍에서 온 말들을 우리 전통인 양 잘 알지 못하고 사용하였던 것은 버리고 대신에 온고지신의 정신에 근거하여 우리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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