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공식적인 12·12 희생자 추모행사 열려야
[경일포럼]공식적인 12·12 희생자 추모행사 열려야
  • 경남일보
  • 승인 2024.01.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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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전점석 경남작가회의 회원


영화 ‘서울의 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 22일 개봉 후 1월 말까지 관객 130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의 배경인 1979년 12월 12일 반란에 의해 많은 군인들이 죽고 다쳤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를 가리켜 서부활극이라고 했다. 먼저 총을 빼기만 하면 이기는 게 서부활극이다.

육본과 국방부를 점령한 후에 하나회인 제3공수여단장 최세창 준장의 명령으로 15대대장 박종규 중령이 이끄는 10여 명의 체포조는 자신들의 직속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연행하기 위해 3공수여단 영내에 있는 특전사령부 본부를 공격했다. 속수무책이었다. 정병주 사령관은 혼자 버티려고 부하들에게 사령관실에서 나가라고 했으나 비서실장인 김오랑 소령은 혼자 사령관을 지키다가 반란군이 쏜 6발의 총탄을 맞고 죽었다. 그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자의 편에 서지 않고, 직속 상관을 체포하려는 반란군에 저항하는 죽음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시신은 특전사령부 뒷산에 암매장되었다가 이듬해 2월이 돼서야 육군사관학교 25기 동기들의 항의와 노력으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대정부 건의로 1990년에 중령으로 추서되고, 2009년 국회에서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안’이 제출됐으나 신군부 측 인사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다가 2014년이 되어서야 무공훈장 대신 보국훈장을 받았다. 사망 43년 만인 2022년에 순직자가 아니라 전사자로 처리됐다. 2023년 12월 12일, 김해 삼성초등학교와 중학교 사이에 있는 김 중령 흉상 앞에서 44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흉상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 세웠다. 그때부터 주민자치위원회와 활천동청년회가 10년 동안 추모식을 해왔는데 매년 20~30명이 모였다. 그런데 영화상영 후에는 100여 명이 몰렸다.

반란군인 특전사 제1공수여단장 박희도 준장은 육본과 국방부를 유혈로 점령했다. 군권을 탈취해 육군 내의 정식 지휘계통을 무력화하기 위해서였다.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정승화 대장을 체포한 지 5시간 만인 12월 13일 0시 5분이었다. 국방부 50헌병대 경비병력으로 복무하던 정선엽 병장은 이날 육군본부 지하벙커에서 반란군의 총탄에 숨졌다. 이 총격전으로 1명이 사살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둘째 누나 정영임은 당시 빨갱이라며 장례식장도 늦게 차려줬다고 한다. 43년간 순직자였다가 2022년에야 전사자로 인정됐다. 매년 12월 12일 광주 북구에 있는 동신고 일부 동문들끼리 모여 추모했는데 2023년에는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첫 번째 추모행사가 열렸다. 정 병장의 두 누나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동생의 묘를 참배한 뒤에 바로 박윤관 상병의 묘를 찾아 참배했다고 한다. 불과 5m 떨어져 있다. 박 상병은 동생과 23살 동갑내기였다. 유족들은 두 사람 모두 신군부의 희생자라며 서로 위로했다. 정승화 대장을 강제 연행하는 일명 ‘생일집 잔치’라는 작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해병대가 참모총장 공관을 반란군으로부터 재탈환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정문에 있던 박 상병이 사살당했다. 반란군에 동원된 수경사 33헌병경호대 소속이었다. 이때 모두 3명이 죽고, 2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진압군이든, 반란군이든 죽은 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권력에 눈이 어두웠던 하나회가 일으킨 반란으로 인해 죄 없는 군인들이 희생된 것이다. 12·12희생은 군대 내의 다른 사건·사고와는 성격이 다르다. 육본이 반란군에 의해 점령된 부끄러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 12·12에서 희생된 양측 군인들을 모두 추모하는 일에 관심갖기를 부탁한다. 44년이 지났다. 더 이상 모르는 척 해서는 안된다. 안타깝게 생각하는 선후배 혹은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 공식적인 행사로 추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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