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7]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7]
  • 정희성
  • 승인 2024.01.31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7)
갑작추위가 찾아와서 겨울다운 날을 여러 날 보냈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추위는 물러 간 듯 보이지만 봄이 올 때까지 몇 셈을 되풀이할지 모를 일입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 겨울 날씨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안 맞은 지도 오래된 듯합니다. 남은 겨울 추위 잘 이겨내시기를 바라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지네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있는 그대로 풀이를 하면 ‘지네의 발’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연이나 농사 깃발의 가장자리에 너슬너슬하게 오려 붙인 지네 모양의 헝겊’을 가리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빛깔까지 붉게 만들어 놓으면 커다란 지네가 붙어 있는 듯해서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바로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으로 ‘지느러미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도 ‘고래나 물개류 따위에서 볼 수 있는 지느러미 모양으로 된 다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평편해 헤엄치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고 하지요. 뜻풀이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느러미’와 ‘발’이 만나 된 말입니다.

또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진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발’의 짜임으로 ‘진 곳을 밟아서 젖고 더러워진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진눈깨비’는 비가 섞여 내리는 눈이고 ‘마른눈’은 비가 섞이지 않고 내리는 눈입니다. 이런 말의 짜임을 놓고 볼 때 ‘마른발’이라는 말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듯한데 말집 사전에는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집게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게, 가재처럼 발끝이 집게처럼 생긴 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합니다. 그리고 ‘짚신감발’이라는 말도 있는데 ‘짚신+감발’의 짜임으로 ‘짚신을 신고 발감개를 함. 또는 그런 차림새’를 뜻하는 말입니다. 요즘에는 짚신을 신는 사람이 없어 ‘짚신’이라는 말을 쓸 일이 거의 없지만 ‘감발’이라는 말은 알아두면 쓸 일이 더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감발은 ‘버선이나 양말 대신 발에 감는 좁고 긴 무명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먼 길을 걷거나 막일을 할 때 썼다고 합니다. 요즘에도 발이 마뜩잖은 분들은 감발을 더러 하기도 합니다. 감발을 하면서도 ‘붕대(繃帶)’를 감았다고 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테이핑(taping)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감발이 ‘감다’의 줄기 ‘감’과 ‘발’을 더해 만든 말이라는 것은 쉽게 어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짜임으로 말을 만들면 ‘감손’ ‘감무릎’이라는 말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감발의 짜임새와 말밑(어원)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까봐 ‘발감개’라는 더 쉬운 말도 만들어 썼고, ‘발싸개’라는 말도 만들어 썼습니다. 우리말이 없어서 다른 나라 말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저는 우리말에 없는 말도 새로 만들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 토박이말을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길을 열어 준다면 우리도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토박이말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길이 없었기 때문에 걸어 본 적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런 길을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걸어본 적이 없는 그 길을 우리 아이들은 걸어 볼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이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를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