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선거제도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흔든다
[경일시론]선거제도가 국태민안(國泰民安)을 흔든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2.0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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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명리학에선 입춘(立春)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다. 설날이 이 즈음이기도 하다. 크게 길(吉)하여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써붙이는 풍습에는 태평성대를 바라는 간절함이 스며있다. 국태민안은 곧 선거와도 직결된다. 안정이냐, 정권을 심판하여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느냐를 두고 국민의 판단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나라의 기조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국회의원이 있고 그들을 뽑는 선거가 불과 두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절기로나 정치적으로나 입춘지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공천신청을 마감, 예비후보 경쟁력평가와 여론조사에 들어갔고 야당은 선거에 나설 사람들의 면접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신당은 창당대회를 잇따라 열고 이합집산을 꾀하고 있다. 중텐트가 빅텐트로 확대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여야가 확연히 다른 공천룰은 연일 언론의 관심사로 떠올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거의 룰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비례대표를 두고 연동형, 병립형을 놓고 대립 중이다.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지난 총선 결과 비판의 대상이었던 룰을 다시 꺼내 쓰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여야가 게임의 룰을 두고 벌이는 협상도 개탄스럽다. 수많은 위성정당의 난립으로 투표용지가 50㎝가 넘고 위성정당으로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고 통합을 단행, 수많은 정당이 명멸하는 사태를 보았고 함량미달, 자격미달의 국회의원을 양산, 정치를 어지럽힌 경험이 엊그제인데 또다시 그 같은 전철을 밟으려는 시도가 국민들을 희롱하고 있다. 비례대표에 대한 총선 룰이 이번 총선의 가장 첨예한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룰에 따라 신당 창당이 우후죽순처럼 난립할 공산이 크다. 이미 수많은 정치지망생들이 신당창당을 예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는 교도소 담벼락을 타고 있는 범법자,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자, 정치적으로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전과자. 지난 국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 자들도 포함돼 있다.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선거판도를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려는 얄팍한 술수가 국태민안을 좀먹고, 또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결과로 정치불신을 가져올 제도임이 증명된 것도 아랑곳 않는 시도이다.

나방은 인공조명의 영향권에 들어서면 감각에 혼란을 일으켜 비정상적 비행을 계속한다고 한다. 급전직하와 수직상승, 뒤집혀 날기와 맴돌기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고 한다. 좀처럼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마침내 명멸하고 만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대 연구팀이 밝힌 연구결과다. 새삼 이 연구결과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정치에 그같은 현상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여야의 공천이 끝나면 수많은 나방(?)들이 이당, 저당을 기웃거리거나 1인 신당을 만들것이고 신당들은 이들을 영입해 몸짓을 불리는 작업에 몰입할 것이다. 여당의 공천경쟁율이 3.35대 1, 야당도 비슷한 수준인데다 스윙선거구가 60여곳에 이르는 경기도는 더욱 경쟁률이 높아 그같은 이합집산을 예감케 한다. 권력에 맛들인 정치인들은 좀처럼 은퇴를 모르는 것도 나방의 감각혼란을 닮아있다. 문제는 감각혼란은 곧 정강, 정책과 도덕성, 당의 정체성, 공천과정과 당선가능성 등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국민들의 지지여부 등과는 관계가 없다. 일관되게 지켜온 정치적 소신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유권자들의 시선도 차안의 부재가 되는 것이다. 감각 혼란은 선거가 끝나야 비로소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선거는 혼란에 빠지고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추락할대로 추락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는 나락으로 곤두박질 친 후이다. MZ들은 보수와 진보라는 굴레를 거부하고 있다. 정치가 쳐놓은 그물보다는 실리와 명분을 쫒는 그들의 인식과 가치를 수용하는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의식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진정한 국태민안은 선거제도에 연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룰은 공정해야 하고 누구나 납득해야 한다. 그래야 그 결과에 승복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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