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교향악단은 도시를 활성화한다
[경일춘추]교향악단은 도시를 활성화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4.02.06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우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김영우 ㈔한국지속가능경영협회 회장


파리 근교에 작은 도시 그리니(Grigny)에 산 적이 있다. 옆집의 샤스땅 할머니는 틈틈이 불어를 가르쳐 주셨고 답례로 시장에 갈 때 식료품을 구해 드리곤 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그리니 시에서 제공하는 바우처로 미용실에 다녀와서 소녀처럼 환하게 웃던 모습이 생생하다. 고전음악을 좋아했던 아내가 마음에 들었던지 어느 날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인구 3만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지만 시에서 운영하는 합창단에 같이 가자는 권유였다. 마을의 시니어로 구성된 합창단이었지만 아내는 용기를 내어 참여했고 몇 달의 연습 끝에 드디어 첫 공연을 치렀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그 달 생일을 맞이한 어르신들에게 시에서 점심을 제공하는 자리였다. 어린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했고 공연은 환호 속에 마무리됐다. 여러 세대가 모인 자리에서 했던 공연에 대한 박수갈채는 아직도 기억되고 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은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연구에 따르면 한 도시가 예술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나타나고, 지역사회의 응집력이 높아진다. 고전음악 연주회는 볼 기회가 적지만 보편적인 공감대를 통해 인간과 문화 사이에 훈훈한 다리를 놓고 있다. 음악적 편식도 줄여주고 인종· 종교·나이를 떠나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경남지역에도 많은 교향악단이 있지만 전국에 있는 다른 교향악단과 마찬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전음악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유럽의 많은 악단들은 리허설을 무료로 개방해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어린이 중심의 가족 연주회, 거리에서 연주 등도 상큼한 발상이다.

시민들의 호응도 중요하다.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의 메세나(Mecenat) 활동은 도시의 품격을 높여준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콘서트허바우는 1980년대 경제위기로 교향악단의 규모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자발적 기금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전통의 교향악단이 있는 도시들은 악단이 도시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인식 속에 메세나 활동에 적극적이다.

겨울이 되면 샤쓰땅 할머니가 생각난다. 작은 도시에도 시니어 합창단이 있고 어린이 오케스트라가 있으며 음악이 있어 삶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알려준 고마운 분이다. 파리에 가게 되면 마담 샤스땅을 뵐 순 없지만 연주회가 열리던 문화센터에는 꼭 들리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