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설 밥상에 올릴 유권자
[여성칼럼]설 밥상에 올릴 유권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2.0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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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설이다. 누군가에겐 여전히 민족 대명절이고, 누군가에겐 보너스 같은 연휴다. 시대가 흐를수록 그 시대에 맞춰 설 풍경은 변한다. 세상이 바뀐다는 뜻이다. 세상이 그대로면 그 깊이나 의미가 바뀔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고 해도 원래 하던 것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저렇게 엄청난 흔들림 끝에 겨우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 하나 바뀐다.

설이 민족 대명절인 시대에 태어나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과 명절은 휴가인 시대에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이 어찌 흔들림 없이 살 수 있겠는가? 나도 너도, 우리에게 변화란 힘들다.

올해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있다. 이 또 한 누군가에겐 나라의 미래가 달린 매우 중대한 날이고, 누군가에겐 보너스 같은 쉬는 날이다. 선거에 관심 있는 사람과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선거엔 관심 없는 사람이 대화의 장이 열릴 리가 없다.

그런데 단 1초 만에 일치할 때가 있다. 바로 “정치인은 못 믿겠다”라고 한목소리 낼 때다. 정치에 관심도 없고, 유권자로서 내 한 표 행사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까지 정치인 욕하는 건 똑같다. 정치에 관심 없으면 잘 모를텐데 어찌 욕할 수가 있을까? 욕먹을 사람이 당선되면 그렇다. 그럴 땐 욕하고 흉보는데 이견이 없다.

올 설날 밥상에는 정치인 흉만 보지 말고 우리 이야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유권자인 우리 이야기 말이다. 유권자에겐 욕하고 흉보는 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욕먹지 않을 사람을 뽑아야 하는 책임감도 있다. 올해는 유권자의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밥상에 올려보자. 정치인을 못 믿는 것은 누구 탓일까? 투표 한 사람과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똑같이 욕하는 그 정치인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구 책임이겠는가? 후보자 중에 누군가가 당선된 것은 유권자 덕이다. 내 한 표를 행사한 사람 덕, 내 한 표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 덕이다.

유권자의 책임을 보자. 우리 지역을 대표해서 일할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막중한 권한이자 임무가 유권자에게 있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에게는 없는 권한이다. 나의 생활 뿐 아니라 이 아이들 생활까지 내 손에 달려있다. 유권자는 입후보자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우리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지역의 골칫거리가 무엇인지, 내 지역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내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약속을 지킬지 말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지 말지, 유권자는 알아야 한다. “어차피 다 똑같다”, “색깔이 우선이지”, “색깔도 필요 없어. 난 관심 없어”, “아무나 찍어”, “그날 바빠”. 이렇다면 욕먹을 정치인이 당선된 것은 누구 탓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표를 행사한 사람과 한 표를 버린 사람에게 똑같이 책임이 있다. 그리고 유권자로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도 각자의 권한이자 책임이다.

노력 없는 변화는 없다. 유권자들의 변화 없이 정치인만 욕하면 안된다. 올해 총선에 유권자가 변해보자.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입후보에 관심을 가져보고, 여론조사 기간에 제대로 참여하고, 선거법에 따른 문자나 전화가 오면 내용에 귀 기울여 보자. 내 전화번호 어떻게 알고 전화하냐고 상스러운 욕설만 퍼부을 것은 아니다.

내 지역을 대표하여 일할 사람을 뽑는 일, 그 선거가 어떤 선거이건 성숙한 유권자가 올 설 밥상에 올라보자. 그 책임 있는 유권자들이 신나게 토론하며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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