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요 진주교대 교수
2000년 7월, 우리나라에서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이 있었다. 이는 ‘언어의 역사성’이라는 거시적인 맥락에서 새로운 백년을 맞이하기 위한 언어정책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말머리에 오는 우리말 자음 ㄷ, ㅂ, ㅈ은 각각 D, B, J로 표기하게 됐다. 그래서 대구는 Taegu에서 Daegu로, 부산은 Pusan에서 Busan으로 공식적 영문표기 변환이 있었다. 그렇다면 남강이 흐르는 낭만의 교육도시 진주는 Chinju인가, Jinju인가?
개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진주의 영문표기는 말머리에 오는 우리말 자음 ㅈ을 J로 표기한다는 원칙에 따라 Jinju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진주시청을 Jinju City Hall로, 진주성을 Jinjuseong Fortress로 각각 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경남 도내의 유일한 초등교원 양성기관인 진주교대의 공식 영문명은 Chin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줄여서 CUE)으로 돼 있다. 진주를 Jinju가 아닌 Chinju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이것이 궁금했다. 왜 진주교대에서의 진주는 Chinju인가? 이에 대해 기존 교수사회에서 합의된 관행에 따라 Chinju를 유지하기로 했다거나, Chinju가 음성학적인 차원에서 외국인이 듣는데 보다 자연스럽다는 등의 의견이 있었다. 그럼에도 특정한 지역명을 교명에 쓰고 있다면, 그 지역의 공식표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해당 지역소재 대학이라는 상징성을 더 부각시켜주지 않을까? 그래서 진주교대의 공식 영문명은 Jinju National University of Education으로 표기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표기 전환에 따르는 비용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주장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순전히 사슴을 모티브로 한 진주교대의 마스코트 ‘큐티’(CUE-T) 때문이다. 진주시 홍보대사 캐릭터 ‘하모’에 필적할 만한 귀여움을 지닌 ‘큐티’는 진주교대의 약자인 CUE와 Teacher를 합성한 이름인데, 이는 진주를 Chinju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명이다. 큐티의 뿔이 CUE로 형상화돼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그런데 진주를 Jinju로 표기한다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큐티’(CUE-T)가 ‘쥬티’(JUE-T)로 개명돼야 할지도 모른다. 햄릿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고민했다면, 지금 필자의 고민은 ‘Chinju냐 Jinju냐, 큐티가 문제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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