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설날의 미래모습은 어떨까?
[농업이야기]설날의 미래모습은 어떨까?
  • 경남일보
  • 승인 2024.02.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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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은 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담당 농촌지도사
세시는 한 해의 절기나 달, 계절에 따른 때를 뜻하는 것으로, 세시풍속은 해마다 농사력에 맞추어 관례로서 전해지는 농경사회의 풍속을 말한다. 자연히 세시풍속은 전통적으로 주 생업의 바탕이 된 농경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중 설날인 정월 초하룻날은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로, 연시제를 지내며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풍속이 있다. 그 옛날 설날에는 다 같이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를 하고, 가정에서는 설날 이른 아침에 ‘조리’를 벽에 걸어 복을 가져다주길 기원했다. 또, 농가에서는 ‘나무시집보내기’라 하여 과일나무 가지 사이에 돌을 끼우는데, 이렇게 하면 과일이 많이 열린다고 한다.

어릴 적 설날을 떠올리면 떡국을 먹고 이른 아침부터 한복을 입고, 어른들께 서툰 세배를 드린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골 동네 곳곳을 사촌들과 쏘다니며 놀던 추억을 떠올리면 어떻게 스마트폰도 없이 그렇게 재밌게 놀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설날은 어릴 때 경험한 설날 풍경과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

최근 한국 사회의 가족형태와 삶에 대한 가치관의 급격한 변화도 명절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1인 가구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명절은 친지와의 만남보다는 휴가의 의미로 전환되고, 널뛰기나 복조리 같은 풍속은 교과서 혹은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는 잊혀가는 풍속이 되었다. 설 명절의 떡국과 같은 음식, 윷놀이는 여전히 우리 생활에서 이어지고 있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농경사회의 전통이 흐릿해지며 현재는 찾아보기 힘든 명절 세시풍속이 더 많아졌다.

그렇다면 10년, 20년 뒤, 우리가 맞이할 설날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 농촌은 가속화되어가는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농촌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3’을 통해 농촌인구는 2030년 943만 명, 2040년 900만 명, 2050년 845만 명으로 지속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농경문화를 반영한 전통적인 세시풍속은 더욱더 보기 힘들어질 것이며, 손님맞이로 바빴던 농촌의 풍경은 적막하고 위태로운 빈집들만이 남은 모습일 것이다.

지역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2023년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가 목표액인 500억 원을 넘은 650억 2천만 원이 모금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한다. 기부금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농촌의 정주여건 개선, 미래농업을 이끌 스마트 농업 기반 조성 등 농촌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사업비로 활용되길 바란다.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과 문화가 융합하며 새로운 풍속을 만들어가는 이 시점에서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누는 본질은 변하지 않은 채, 우리 세시풍속의 맥과 농업·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이 계속 이어지길 기원한다.

김도은 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담당 농촌지도사
 
김도은 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담당 농촌지도사
김도은 경남도농업기술원 지원기획담당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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