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지역·가족 균형발전부’ 신설에 대하여
[경일포럼]‘지역·가족 균형발전부’ 신설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24.02.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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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학령인구 감소로 올해 서울의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시험 합격자 수가 2020학년도 대비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서울의 공립 유치원 교사 신규 임용은 아예 없다.

서울도 이러하니 지방은 오죽하겠는가. 미국 뉴욕타임스조차 14세기 흑사병을 소환하며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엄중하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컨트롤 타워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고위)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저고위는 중앙부처들이 제각기 내놓는 정책을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고, 책임자 또한 교체를 거듭했고, 현재의 장관급 부위원장은 임기가 절반이 남은 상태임에도 또 교체가 거론된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균형 발전 상황은 또 어떠한가. 현 정부는 컨트롤 타워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합쳐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 바 있다. 저고위와 다르게 장관급 위원장이 교체되진 않았지만,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500개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은 무기 연기됐고, 가라앉았던 서울메가시티가 다시 들썩이는 상황이다.

두 위원회가 대통령 직속기구이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저고위의 경우, 책임자 한 명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태생적 한계가 크다. 예산 편성권도 정책 결정권도 없는 자문기구일 뿐이다. 관련 정책이 여러 부처에 걸쳐있어 한 부처가 관장할 수 없고 여러 부처와 조율이 필요해 만든 조직이다 보니 그 입지가 모호하다. 저고위의 법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그간 요구를 더 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

다음으로 지방시대위원회 또한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세종연구원 최길수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른 대응 방안’을 통해 독립적인 행정위원회로 전환하고, 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함을 강조했다. 국토부의 혁신도시, 산자부의 지역산업, 기재부의 예산 편성권 등 중앙정부가 그 권한을 틀어쥐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처 이기주의 해소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침체의 근본적 원인은 중앙집권 구조하의 수도권 블랙홀 현상 때문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데 저출산 현상은 그 속도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저출산과 지방소멸 및 대한민국 침체 현상은 각기 다른 사안이 아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방을 중심축으로 두고 ‘파격적인 지방의 선순환구조 구축’을 통해 그 원인을 해소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컨트롤타워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자문기구에 불과한 저고위와 지방시대위원회를 여성·가족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로 이관하면서 가칭 ‘지역·가족 균형발전부’로 확대개편하고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건 어떨까. 두 위원회와 중앙부처의 관련 업무나 사업을 모두 모으고, 예산의 관리 및 운용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볼링의 킹핀과 같은 핵심 기반을 구축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를 해소해 나가면 자연스럽게 제반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저출산과 수도권집중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맹자 ‘이루’ 상편에 “지금 왕노릇하고자 하는 것은 7년 된 병을 치료하기 위해 3년 말린 쑥을 구하는 것과 같으니, 만약 미리 뜯어서 말려 저축해두지 않는다면 평생토록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물론 지금 하려는 게 국정 전반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지만, 사회의 인구구조와 지역구조가 무너지면, 국정 전반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번 총선에서 핵심 공약으로 검토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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