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경일칼럼]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 경남일보
  • 승인 2024.02.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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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제일 먼저 부모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형제자매를 만나고 일가친척을 만나게 된다. 자라면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만남도 이어진다. 때론 취미나 생각이 같은 사람도 만나게 되고 그중에 소수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이런 만남이 꼭 사람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고 예술도, 문학도. 책도 만난다. 이러한 여러 만남 중에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스마트 폰 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노모포비아(nomophobia)에 걸려 있다. 하루의 일과는 스마트 폰을 켜는 것부터 시작된다. 간밤에 지구촌에는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 했는지 살펴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오늘의 날씨도 살펴보고 오늘의 계획도 날씨에 맞춰 짜게 된다. 이제 스마트 폰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 하다. 지금 현대인들은 주체적인 삶보다 사물에 의해 지배를 받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먹고 마시는 것 까지 모든 물품의 구매 행위도 스마트 폰의 정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러 만남을 만나고 나면 이별도 만나게 된다. 깊이 정들었던 애완동물이나 고향산천 같은 자연과의 헤어짐도 이별 이지만 이별은 주로 사람들끼리의 헤어짐을 말한다. 그런데 이별이라고 하면 꼭 슬픈 이별만 떠올리게 되지만 아름다운 이별도 찾아 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별에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간의 이별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포괄적인 의미로 봤을 때 일상의 습관이나 나쁜 버릇을 고치고 그만두는 것도 이별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그 예로 각종 중독증상인 쇼핑이나 게임, 마약,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중독 증상을 벗어나는 것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그 많은 이별 중 종교적인 이별도 아름다운 이별이다. 수도자의 길을 걷기 위하여 출가하는 경우이다. 비구승(比丘僧)이나 비구니(比丘尼)의 길을 택한 사람들, 그리고 신부(神父)나 수사(修士), 수녀(修女)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은 물론 부모 형제나 애인에게 말할 수 없는 상실감과 이별의 슬픔을 체험하게 한 사람들이지만 아름다운 이별이다. 왜냐하면 종교적 목적과 자의적인 결단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고난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오직 인류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필자도 한때 수사를 꿈꾼 적이 있었다. 이제 남은 이별 중 마지막 이별만 남았다. 바로 죽음이다. 다른 이별은 헤어져도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미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만 죽음의 이별은 만남의 가능성이 0 이다. 그러면 우리들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것은 무엇일까? 참척(慘慽), 천붕(天崩),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 고 한다. 배우자를 먼저 보낸 사람일까? 태양 아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가수가 있다. 멜라니 사프카(melanie safka)가 부른 ‘the saddest thing(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이다. 지금 시니어들은 잘 기억할 것이다. 1970년대 멜라니의 노래는 염세적인 가사와 창법이었지만 그 시대 실연(失戀)한 청춘들의 애창곡 이었다는 것을. 짙은 허스키, 싱어송 라이터, 우수에 깃든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이곡은 우리 한(恨)의 정서와 맞물리면서 더욱더 슬픔을 자아내게 했다. 반전을 노래한 가수답게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인권 옹호를 위해 철원 비무장 지대(DMZ)의 옛 철원 노동 당사 앞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하늘 아래 세상에서 가장 큰 울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안녕 인사 하는 것. 우리 시니어들에게 애절한 목소리를 들려주던 멜라니가 지난 1월 23일 세상을 떠났다. 영원한 이별을 고했지만 그의 노래는 영원히 만날 수 있다. 우리도 후세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을 하나 남겨 보자. 시를, 그림을, 음악을, 선행(善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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