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거리공연 “10년만 버티자”…쇼츠로 빵 터졌다
배고픈 거리공연 “10년만 버티자”…쇼츠로 빵 터졌다
  • 백지영
  • 승인 2024.02.18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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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세대 비눗방울 공연예술가 안동윤
‘팀클라운’으로 경남 기반 전국구 무대로
겨울 비수기 진주 등서 소극장 공연 도전
“야들아 비눗방울 좋아하나?”

지난 15일과 16일, 진주 현장아트홀에서는 남녀노소 웃음으로 가득한 유쾌한 공연이 열렸다. 최근에는 ‘계면활성제 아저씨’라는 별칭으로 더 널리 알려진 팀클라운의 ‘경상도 비눗방울’ 공연이다.

팀클라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비눗방울 공연 예술가 안동윤(45) 씨의 무대와 함께 후배 공연예술인 이영주(서커스)·박종원(LED 쇼)의 깜짝 공연으로 꾸려졌다.

안 씨는 창원을 기반으로 전국구 무대에 서는 공연 예술인이다. 국내 1세대 비눗방울 공연 예술가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도 그의 무대를 보기 위해 진주는 물론 창원, 양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방문객들이 찾았다.

공연을 업으로 살아온 지 20년 이상 된 베테랑이지만, 축제장 등에서 우연히 공연을 마주치고 즐거워하는 정도를 넘어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타지에서 예매까지 하며 찾아오는 팬들이 생긴 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안 씨는 지난해 7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채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쇼츠 영상이 2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미 10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꾸준히 비눗방울 공연 영상을 올려왔지만, 그동안은 반응이 미미했던 만큼 어느날 갑자기 영상이 인기를 끌자 어안이 벙벙했다.

“그동안 훨씬 긴 영상도 많이 올렸지만 반응이 없었거든요. 저 역시 ‘왜 갑자기 이렇게 많이들 보지?’ 싶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짧은 영상이란 게 주효했던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짧은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가 된 거죠.”

뜨거운 반응에 내 공연을 한 번도 접하지 못해 신기해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고, 이렇게나 사랑받을 수 있구나 싶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공연에서 자신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기고, 크게 호응할 장면이 아닌 곳에서도 함성과 박수갈채를 받게 됐다.

사실 안 씨는 군대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관(현 삼성SDI) 공장 노동자로 근무했다. 회사에서 1박 2일 단합 대회를 가 난생처음 레크리에이션 강사라는 직업을 알게 된 게 일종의 인생 전환점이 됐다. 저런 길도 있구나, 내가 가야 할 길도 저거다 싶었다. 번듯한 직장을 때려치우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선택에 가족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의 결심을 꺾을 순 없었다.

군 제대 후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되기 위해 경상국립대 평생교육원 레크리에이션 전문가 과정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마임과 서커스 등도 배우게 됐고 한동안 두 일을 병행했다.

비눗방울에 빠진 건 2007년께부터다. 한국에서 비눗방울 공연을 하던 일본인 오쿠다 마사시 씨를 만난 게 계기가 됐다. 이때부터 비눗방울 용액이나 도구를 직접 만들어가며 공연에 매진했지만, 이를 업으로 내세우기에는 불안정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하에 살면서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지내는 모습에 주변에서는 다른 직업들을 권했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 10년은 채워보고 싶었다. 그렇게 버티다 보니 그의 인생에도 볕이 들었다. 조금씩 공연을 의뢰하는 곳도 생기고 일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2012년, SBS 생활의 달인에 ‘비눗방울 달인’으로 출연한 걸 계기로 각종 공연 문의가 쇄도하면서, 더욱 비눗방울 공연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안 씨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번 진주 공연과 지난달 창원 도파니아트홀에서 소극장 공연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저희 같은 공연 예술인에게는 겨울에 일이 없어요. 보통 각종 축제나 행사장에 초청받아 공연에 나서는데, 겨울에는 축제가 거의 없잖아요. 함께 거리 공연에 나서는 후배들이 10팀 정도 있는데, 이 친구들과 시너지를 내는 극장 공연을 만들어 앞으로는 겨울철에도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불러주는 곳에 달려가 출연료를 받고 무대에 서는 초청 공연과 달리, 자신들이 발 벗고 나서서 장소를 대관하고 판을 벌이는 공연은 관객이 오지 않으면 망한다는 두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은 작업이다. 이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지만, SNS(사회관계망)에서 전국 곳곳에서 자신들의 동네로 와달라는 댓글이 달리는 걸 보고 힘을 얻었다.

일종의 예행연습 삼아 진행한 창원과 진주 소극장 공연에서 안 씨는 야외 공연과 달리 바람이 불지 않는 장소의 특징을 살린 작품들을 준비했다.

안 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비눗방울 공연 노하우를 소개하는 영상을 연이어 올리고 있다. 비눗방울을 배운 지 1~2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이들이 상업적인 강의와 함께 비눗방울 관련 자격증을 발급하는 세태에 안타까움을 느껴서다. 무르익지 않은 비눗방울 기술들이 보편화할 경우 전반적인 질적 하향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염려됐다. 차라리 내가 나서서 도구 제작부터 거품 만드는 노하우 등 모든 과정을 알려주자 싶었다.

그는 앞으로 비눗방울 예술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는 데 매진할 예정이다. 산이나 바다, 도심지 등 다양한 곳에서 비눗방울 예술을 펼치는 유튜브 영상 촬영도 계획 중이다.

안 씨는 “무대가 끝난 후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즐겁게 웃고 있는 관객들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행복한 웃음을 선물할 수 있는 비눗방울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연구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박종원 LED 공연 리허설. 사진=정웅교기자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사진=정웅교기자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사진=정웅교기자
이영주 원반 돌리기 리허설 장면. 사진=정웅교기자
이영주 행위예술가 공연 리허설. 사진=정웅교기자
이영주 행위예술가 공연 리허설. 사진=정웅교기자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팀클라운 비눗방울 공연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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