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단디해라”는 어머니의 말씀
[경일춘추]“단디해라”는 어머니의 말씀
  • 경남일보
  • 승인 2024.02.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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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영 창신대학교 교수
안소영 창신대학교 교수


경남의 사람들은 ‘단디해라’는 말을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님을 만날 수 없을 때까지 듣는다. 경남을 벗어나면 듣기 어렵고, 경남사람이 아니면 그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 때에 따라 단디해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어무이의 ‘단디해라’가 아부지, 할배, 할매의 말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이다. 수십 년간 경남사람으로 살면서도 몰랐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아버지의 단디해라는 “니 이번 기회 놓치지 말고 꼭 성공시키라”는 말이었고, 어머니의 단디해라는 “아부지말 가슴에 담지 말고, 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 무리하면 안 된다. 마음 다치지 말고, 몸 상하지 말아라”는 말씀이었다. 조부모의 그 말은 “귀한 내 손지, 지금 그대로면 충분하다. 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인생이 구만리니, 여유 있게 해라”는 말씀이었다. 이런 다양한 마음과 깊이를 가진 ‘단디해라’는 지금까지 수많은 기회를 만들고, 위기도 극복해 내었다.

아버지의 “단디해라”를 잘 들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것이고, 어머니의 그 말은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들었고, 조부모님은 여유롭고 호탕한 인재를 키워냈다. 그래서 경남사람은 똑같은 ‘단디해라’를 들었지만, 다양한 인재가 나왔나 보다.

단디해라는 단단히, 제대로의 개념을 가지고 있고, 비슷한 말로는 똑띠해라가 있다. 똑똑히, 똑바로, 제대로해라는 뜻이다. 부장님으로부터는 “단디하세요”와 과장님의 “똑띠하세요”라는 말을 동시에 듣는다면, 과장님이 더 강한 주문을 한다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왜 경남 사람들은 단디하고 똑띠문화에 살았을까? 경남은 과거 한반도에 침범했던 왜구를 가장 먼저 대적해야 했고, 그것을 지켜내야 나라 전체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경남사람은 야무져야 했다.

2003년 태풍 매미로 마산어시장 전체가 물에 잠겼으나, 며칠 후 바로 태풍 전날의 상태로 복구되었다. 그때 전국은 놀랐다. 자유수출지역 등 한국경제에서 두발자전거로 신나게 달렸던 지역과 연결된 마산 창동이 지금 다소 침체돼 보인다. 이제는 세발자전거로 갈아타야 할 때가 아닌가. 느리고 투박하지만 잘 넘어지지 않고 목적지까지 안정하게 갈 수 있어 세발자전거론이다, 세발자전거론 경영철학에서 배웠다. 세발자전거론에서 찾은 ‘단디’로 또 한번 경남은 크게 도약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단디 하는 한. 그것에 이웃지방 전라도 친구들이 “솔찮으시”라고 대답해 준다면, 우리는 화합과 객관화에 다가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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