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물가안정과 농산물 가격
[농업이야기]물가안정과 농산물 가격
  • 경남일보
  • 승인 2024.02.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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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과일값 고공행진, 장바구니 물가 비상’, ‘사과 72% 등 농산물값 급등, 3%대 물가 상승폭 석달 연속 커졌다.’

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언론보도 내용이다. 농업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기사 내용을 볼 때마다 참으로 불편하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언론기사들이 흘러나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소비자물가지수란 무엇이며,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는 각종 소비재나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수’이다. 조사 품목은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총소비지출액의 1/10,000 이상이 되는 458개 품목으로 구성되며, 총가중치는 1000이다. 이중 농산물은 57개 품목이 포함되어 있고, 가중치는 43.8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통신비의 가중치는 48.4, 집세 98.3, 외식 126.7이다. 즉,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0원 중에서 44원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가 사용하는 통신비(48원)보다 적고, 외식 소비(127원)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비자물가수준에서 차지하는 농산물의 비중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마치 농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의 주범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농산물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상승해도 많이 오른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은 공산품과는 달리 수요와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즉 많은 양의 농산물이 필요하다고 하여 공산품처럼 당장 공급할 수 없고, 수요가 부족하다고 하여 이미 재배되고 있는 농산물의 생산량을 줄이기도 힘들다.

또한 농산물은 기상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질적으로 2023년 과수나무의 꽃이 피는 시기에 저온 피해가 있었고, 과실이 자라는 시기에는 우박 피해가 있었으며 수확기에는 많은 비가 내러 탄저병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결과 전체 과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하였다. 품목별로는 단감이 32% 감소하였고, 사과와 배도 각각 30%와 27%가 감소하였다. 이처럼 비탄력적인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생산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명절과 같은 특정 시기에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고 하여 농가소득이 더불어 상승하는 것도 아니다. 2022년 기준으로 경남의 농가소득은 4100만원으로 전국가구소득의 63.4%에 불과하다. 절대다수인 국민의 물가안정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소수인 농업인만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농업을 계속 외면한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농촌 들녘의 아름다운 경관과 안전 먹거리 등은 더 이상 기대하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인간이 생산한 것 중에서 사람들에게 매일 필요로 하는 것은 농산물밖에 없다. 지금은 농산물 가격의 등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소비자와 농업인이 공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박길석 경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업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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