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 통제할 시스템이 없다
[기자의 시각]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 통제할 시스템이 없다
  • 김윤관
  • 승인 2024.02.2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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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관 서부취재본부
김윤관 서부취재본부
김윤관 서부취재본부

 

지역 농축협조합의 폐쇄적 운영시스템과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나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어 유사 사건이 재발하고 있다.

지역 농협은 농협중앙회와 별도의 법인이라 직접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지도 감독과 감사 기능은 유명무실하고, 조합장을 견제해야 할 이사·대의원·감사 역시 조합장 친위대에 가까워 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남해축협 직원들이 집단으로 폭행, 성희롱·성추행 등으로 조합장을 고소하는 사태가 발생해 직원들이 비상대책위를 꾸려 대응하고 있으나 이사회와 대의원회는 전혀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 남자 직원은 소 사육장에서 송아지 관리 부실을 문제 삼아 자신의 부모까지 욕한 뒤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먹으로 가슴을 맞았다고 한다.

특히 여직원 6명이 고소한 성희롱과 성추행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한 여직원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 8년 동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들었으며 신체적 접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불거지자 조합장은 임원을 시켜 “500만 원씩 줄 테니 합의를 받아오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조합장의 제왕적 권위와 도덕 불감증, 잘못된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부조리 종합판’이다.

이번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위력에 의한 범죄’라는 점에서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피해를 준다. 회견에 나선 피해 여직원은 고소나 녹음은 생각도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아주 강압적인 데다 인사권을 쥐고 있어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혼자만 피해를 당한 줄 알았는데 이번 사태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직원이 6명에 이르며, 최근 퇴사한 여직원 2명도 이와 유사하다고 추정했다. 피해 고소인 등 남녀 직원 18명이 꾸린 비상대책위에 임원 2명도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다년간 광범위하게 폭력, 성희롱 등이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만연했던 갑질을 감내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우려는 이런 상황이 이 조합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북 순정축협조합장이 폭행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농축협 조합장은 조합원의 선거로 뽑히면서 해당 협동조합을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채용, 임금 등 인사 노무 전반에서 조합장의 권한이 너무 센 것이다. 농축협이 직원 보다 조합원과 조합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조합장이 위력에 의한 갑질이 알려졌지만 조합원 투표를 통해서만 해임을 할 수 있다.

농축협 전체가 다른 사업장에 비해 근로자 권리 보호에 취약해 법을 무시한 사용자의 불법적인 전횡으로 많은 근로자가 고통 받고 있다. 실효성 있는 징계와 조직문화 개선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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