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전시회에 갔다
그림은 온통 붉은 동백이었다
꽃잎은 심장을 닮았다
스물아홉 해를 살다 간 남동생이 떠올랐다
공원을 내려오는데
바람이 불었다 흔들렸다
현수막에 쓰인 제목을 잘못 읽었다
아, 동생이라고
울컥 움트는
뺨이 통통하고 발그레한 조카들
동백 꽃잎에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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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왜 이리 무겁고 뜨거울까요. 돌아보고 돌아보아도 세상에는 가여운 것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들을 다 품고 위로해줄 수 없어서 새가 울고 바람이 부나 봅니다. 그해 그림 전시회에 우리는 같이 있었어요. 걸린 그림도 온통 동백이었지만 공원을 둘러 나오는 동백나무 숲에도 꽃이 한창이었죠. 나무 아래에는 송이째 떨어진 동백꽃이 속울음 삼키며 흐드러져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예쁜 꽃그늘은 슬픔과 더 닮아있단 걸 생각했지요. 그리고 다음 해 시인의 ‘아, 동백’을 읽었어요. 시를 읽으면서 오래오래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시인의 성정을 알기에 혼자 외로웠을 마음이 애달팠습니다. 그런 시여서 그동안은 받아들 수 없더군요. 너무 뜨거워서 몇 번을 꺼내 읽고 닫고 하던 걸 이제 다시 손에 들어봅니다. 그리고 오늘, 그 공원을 올랐습니다. 동백나무 어린잎이 맑은 녹색으로 빛나고 있더군요. 작은 꽃송이들이 나무를 풍성하게 만드는 걸 보면서 어느 사이 훌쩍 커버린 시인의 조카들이 생각났습니다. 뭉클함에 가슴이 저릿해지더군요. 동백꽃처럼 발그레한 뺨을 가졌던 그 아이들이 내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동박새가 봄을 물어 나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통영문학상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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