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당 최범술의 불교와 차도’ 출간
‘효당 최범술의 불교와 차도’ 출간
  • 하승우
  • 승인 2024.02.27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주 출신 채정복 반야로차도문화원 본원장
사천 출신의 독립유공자이자 승려, 정치인, 교육자, 차도인 효당(曉堂) 최범술(1904~1979). 많은 이들이 그를 모른다.

효당선생은 만해 한용운의 지도하에 불교계 항일 비밀결사단체인 ‘만당(卍黨)’을 조직해 사천군 다솔사를 근거지로 비밀투쟁을 전개했다. 광복 후에는 조선불교중앙총무원 총무부장과 해인사 주지를 역임했고 사천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제헌의원이다. 그는 해인농림고등학교(현 진주동명고)와 국민대학, 국민대학교에서 분리된 해인대학(현 경남대)을 설립한 교육자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인 효당 최범술 선생의 일생과 그의 사상을 연구한 ‘효당 최범술의 불교와 차도’가 출간돼 학계와 종교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글쓴이 채정복 선생은 진주가 고향이다. 진주여고와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일찍부터 ‘반야심경’의 ‘공(空)사상’에 심취했고, 대학 시절에는 지도교수의 소개로 효당의 문하에서 ‘원효 사상’을 공부하고 졸업논문지도를 받았다. 입문 시 효당으로부터 원화(元和)라는 법호를 받았다.

채 선생은 스승의 사상을 국학적 시각으로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인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연구-불교사회 활동과 차문화 정립을 중심으로’를 다시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효당 최범술의 불교와 차도’라는 쉽고 평이한 제목으로 바꾸어 책을 냈다.

민족사. 5만 7000원. 592쪽.



다음은 저자와 일문일답.



-일반인들은 효당 최범술을 잘 알지 못한다. 누구인가.

▲효당은 불교계의 인물로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다. 또 사천시 제헌의원을 지낸 정치가이며 일생에 걸쳐 원효 교학 복원에 애쓴 원효학 연구가요, 한국 차문화의 중흥조이다.

그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구한말의 근왕주의 사회 질서 체제에서 일제 강점에 의한 식민지 시기를 거쳐 근대적 질서로 진입한 시대를 산 전환기적 인물이다.

특히 승려 출신으로서 당시 드물게 근대적 대학 교육을 받았고, 민족 자주독립을 위한 항일운동을 하였으며, 근대적 자각으로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에서 제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했다. 그리고 국민대학과 해인대학을 창립해 인재 양성에 힘썼고 일생에 걸쳐 ‘원효 교학’ 복원에 매진했다. 또한 한국 차문화 정립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채 선생께 효당은 어떤 존재인가.

▲한마디로 생명의 은인이다. 나는 아주 젊은 시절, 삶에 관해 ‘왜, 어디에서 어디로’, ‘죽음 너머는 뭐가 있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 몹시 방황하며 깊은 관념의 병을 앓았다. 해답을 찾지 못한 나는 고 2에서 고 3으로 올라갈 무렵 심신이 피폐해져 결국 학교를 휴학했다. 그 무렵 외삼촌이 사천 다솔사에 계신 최범술 스님을 소개했다.그때는 효당이라는 호도 몰랐다. 수많은 장서와 진기한 차 도구들이 가득한 효당스님의 방을 보고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시골 암자의 허름한 변소간에서 우연히 접한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현실상은 곧 진리성이며, 진리성은 곧 현실상이다)과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드러난 모든 현상은 ‘공(空)’한 것이다),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 존재하는 모든 개념은 공한 것이다) 등의 원문과 현대적 해석이 적힌 원고지의 글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특히 ‘공(空)’이라는 글자를 마주한 순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강한 전율과 함께 표현할 수 없는 환희심으로 눈물이 쏟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불교의 사상을 간략하게 집약한 ‘반야심경’으로 수년 전에 효당이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강의한 내용이었다. 그의 문하에서 대학 졸업논문지도를 받으면서 불교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러한 연유로 그 무엇보다도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반야로 선차도’는 무엇이며 왜 관심을 갖게 됐나.

▲‘반야로 선차도’는 효당이 거론하거나 정립한 것은 아니다. ‘반야로’라는 명사는 효당이 자신의 법도대로 만든 차에 붙인 고유한 이름이다. 그러나 차 생활에서 차와 차기를 실제로 다루며 차를 우려내어 마시거나 손님에게 대접하는 작법인 ‘행차법’(行茶法)을 법도에 맞게 정리해 ‘반야로선차도’라고 이름지어 개창한 사람은 본인 채원화이다.

선차도란 선의 본질인 의식집중의 훈련을 차 마시는 일상사에 결부시켜 혼란스러움을 가라앉히고 몰아적인 밝은 지혜를 얻는 수련이다. 차를 우려 마시며 자신의 존재와 우주의 일체감을 체득하는 것이 바로 선차도이다. 선차도 수련을 하면 심신이 맑아지며 정화된다.

-한국 전통차도와 ‘반야로 선차도’의 차이가 무엇인가.

▲오래 전부터 차선일미(茶禪一味)·차선일체(茶禪一體)라는 명제는 있었지만, 선차도(禪茶道)라는 행차법을 대중에게 선보인 사람은 없었다. 반야로 차도문화원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다. ‘반야로 선차도’의 대표적인 행차법은 ‘독수선차(獨修禪茶)’와 ‘공수선차(共修禪茶)’이다. 독수선차는 차실에 고요히 홀로 앉아 차를 우려내어 마시면서 정관(靜觀)을 통해 심신을 수련하는 행차법이고, 공수선차는 스승과 제자, 혹은 여러 문도가 함께 수련하는 행차법이다.

‘반야로 선차도’는 차도무문(茶道無門)과 차도용심(茶道用心)을 강조한다. 차도무문은 특별한 형식에 구애받음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평등하게 차생활을 할 수 있음을 말하며, 차도용심은 차와 차기를 다루며 실제로 차생활을 함에 있어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히 잘 다루는 것을 말한다. 차도용심의 강령은 자연성 · 검박성 · 중도성 · 안정성 · 융통성 · 보은성 등 여섯가지다.

-책을 쓰게 된 이유는.

▲2013년 ‘반야로 차도문화원 개원 30주년 기념행사’에 맞춰 세 권으로 된 ‘효당 최범술 문집’을 간행했다. 그 자료집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정리하지 않은 효당의 일생에 걸친 활동과 그의 원효관이나 차도관의 학문적 성격이 국학임을 밝혀 학계와 대중에게 소개하고자 논문을 쓰게 되었고, 효당에 관한 총체적 정리를 해놓아야 내가 죽을 때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

▲이 책은 나의 박사학위 논문인 ‘효당 최범술의 생애와 국학연구-불교사회 활동과 차문화 정립을 중심으로’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러나 책 제목도 ‘효당 최범술의 불교와 차도(茶道)’로 평이하게 바꾸고 문장도 단문 형태로 간결하게 다듬어 실제로 접하면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읽어보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승우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