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예비 초등교사 24학번 신입생들에게
[경일춘추]예비 초등교사 24학번 신입생들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24.02.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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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요 진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정재요 진주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24학번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유능한 초등교사로 성장하기 위해 약칭 ‘교대생’으로 불려질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게 될 것입니다. 교육대학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참스승이 되기 위한 자기 수련의 거룩한 과정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공동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초등교육자로서의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실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을 느끼게 될 희망찬 미래를 그려봅니다.

방금 제가 ‘희망찬 미래’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권붕괴 담론이 횡행할 만큼 열악한 상황에 처해진 교사의 인권적 현실이나, 일선 교사에게 집중되는 과도한 행정업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르는 초등학교 통·폐합 및 신규교사 임용 축소 등이 사회의 암울한 교육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른바 학부모 갑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선생님들이 계실 것이며, 늘봄학교 운영을 준비하기 위해 인력·공간·프로그램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계신 선생님 또한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대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요즘 누가 교대를 가냐?’고 하는 세간의 말들은 이 모든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입생 여러분들은 우리 교육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굳이 교육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조금은 특수한 인적 집단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교육자의 길을 선택하신 신입생 여러분들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벅찬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해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훌륭한 성취를 이루게 된다는 인간 서사의 보편적 구조를 떠올려본다면, 가장 힘든 시기에 초등교사의 길을 걸으려는 24학번 여러분들의 미래 또한 높은 수준의 교육·사회적 성취로 이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든 생각인데, 여러분들은 이미 학번부터가 꽤나 높은 수준에서 설정된 것 같습니다. 성취 지위인지 귀속 지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학생활의 출발점에서부터 무려 ‘이사’학번을 부여받으셨기 때문입니다. 몇 년 후 24학번 중에서 총학생회장이 나오게 되면 ‘대표이사’로 불려질지 모르며, 24학번 대학 동기들 몇 명이 모여서 ‘이사회’를 구성하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꼰대 같은 농담은 차치하고,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교사교육과정을 이수해나갈 신입생 여러분들과의 즐거운 대면수업을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곧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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