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9]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19]
  • 경남일보
  • 승인 2024.02.2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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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9)
봄을 재촉하는 봄비와 여기저기 피고 있는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피는 잎을 시샘하는 잎샘추위가 있었습니다. 바닥에 쌓이지는 않았지만 새벽에 펑펑 내리는 눈을 찍어 올려주신 분들이 계셔서 눈 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들봄달 2월을 보내고 온봄달 3월을 맞이하게 됩니다.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토박이말이 여러분의 삶 속으로 들어가길 바라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짝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양쪽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게 생긴 발. 또는 그 발을 가진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누리그물에서 ‘짝발’을 찾으면 짝발 때문에 걱정과 함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이처럼 두 발의 크기나 모양이 달라서 같은 신을 신을 수 없는 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두 쪽 발이 똑같이 생긴 사람도 드물다고 합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씩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짝발과 비슷한 짜임으로 된 말인 ‘짝눈’이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양쪽 크기나 모양이 다르게 생긴 눈. 또는 그 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심한 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과 함께 ‘짝귀’는 ‘양쪽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게 생긴 귀. 또는 그런 귀를 가진 사람’의 뜻이라는 것을 어림하기 어렵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짝눈과 비슷하게 짝귀에도 ‘양쪽 귀의 청력 차이가 심한 귀’라는 뜻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집(사전)에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또 같은 짜임으로 ‘양쪽이 서로 제짝이 아닌 신’을 가리키는 ‘짝신’이라는 말도 바로 떠오르실 겁니다. 좀 더 나아가 짝발이 있으니 ‘짝손’이라는 말도 얼마든지 쓸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없지 않을 것 같은데도 짝손이라는 말은 말집(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것을 아시면 조금 놀라우실 겁니다.

이렇게 말의 짜임을 알고 비슷한 짜임으로 만든 다른 말들을 살펴보다 보면 이런 짜임으로 새로운 말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말씀을 앞서 드린 적이 있습니다. 짝발, 짝눈, 짝귀와 같은 말을 알고 나면 두 짝으로 이루어진 것들 가운데 서로 크기나 모양이 다른 것들을 가리킬 때 ‘짝’을 앞에 넣으면 그런 뜻을 담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밥집에 가면 가끔 길이가 서로 다른 젓가락이 나올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짝젓가락’이 되고 버선(양말) 짝이 서로 다른 것을 신을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짝버선(양말)’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낱말을 가지고 놀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남다른 생각심(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좋은 수라고 생각합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쪽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두 쪽으로 나누어진 짐승의 발’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소, 염소, 돼지, 말과 같이 두 쪽으로 나누어진 발을 가진 짐승이 많습니다. 이처럼 발굽이 두 쪽으로 갈라진 짐승들이 걸리기 때문에 자주 보거나 듣게 되는 ‘구제역(口蹄疫)’이라는 병을 잘 아실 겁니다. ‘구제역’이라는 병은 쪽발 짐승들에게 잘 걸리는 병이라고 하면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구제역’에서 ‘구제(口蹄)’를 풀면 ‘입 구’에 ‘발굽 제’이기 때문에 ‘입발굽병’이라고 하면 훨씬 알기 쉽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병에 걸리면 입과 발굽에 물집이 생긴다고 하니 더더욱 ‘입발굽병’이라고 하는 것이 알기 쉽습니다. 이처럼 누구나 알기 쉬운 말을 쓰면 막힘이 없이 잘 살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쉬운 토박이말 살려 쓰는 일에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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