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우주항공청 성패, 정주여건에 달렸다
[현장칼럼]우주항공청 성패, 정주여건에 달렸다
  • 문병기
  • 승인 2024.03.0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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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문병기 서부취재본부장


우주항공청이 그려낼 ‘장밋빛 미래’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특별법만 통과되면 모든 게 순탄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하게 흘러가지 않는 모양새다. 원체 특별법 국회통과에 사활을 걸다보니 진이 빠졌다. ‘이제 됐구나’하는 안도감이 밀려올 즈음 또다시 ‘잘 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최근 들어 우주항공청이 제때 개청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주항공청 설립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까지 더해져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5월 개청을 목표로 사천에 임시청사도 확보했고, 필요한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공개 모집까지 나섰다. 겉으론 아무런 문제없이 순항 중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같은 현실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것일까. 이유는 가까이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위치가 수도권이 아니라 사천이기 때문이라 말한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통치체계이다. 이는 지역개발정책에 있어 두뇌기능은 수도권에 두고 다른 생산기능들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시키는 유기적 조직체계를 추구한다. 그러다보니 인구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기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방은 홀대받고 각종 인프라는 물론 삶의 질도 현저히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과 잘못된 인식은 우주항공청의 성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판 나사(NASA)를 꿈꾸고,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주항공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지만, 중요한 건 우주항공청을 이끌어 나갈 두뇌집단들이다. 우주항공청이란 껍데기만 만들어 놓고, 이를 지탱할 우수 인력들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최근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조만간 임기제 공무원 등 채용에 나선다. 중앙부처 이관 인력에 공고를 통해 대략 100여명을 뽑을 예정이다. 향후 우주항공청에 근무할 인원은 연구인력 200명과 행정 공무원 100명 등 300명 규모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에게 높은 연봉 체계를 유인책으로 내놓았다. 우주항공청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들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직급과 관계없이 기존 보수 체계의 150%를 초과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필요할 경우 파견이나 겸직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지원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등에서 생활하던 이들이 아이들 학업을 위한 학원이나 학교, 대형마트 부재,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지원을 망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당근책’을 제시하더라도 눈앞에 닥칠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상쇄시킬 만큼 매력적일 순 없다.

결국 문제는 정주 여건 개선과 인프라 구축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 이들이 사천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통, 교육 등에 획기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만 인재가 몰려든다.

경남도와 사천시도 이를 안다. 그래서 추진하는 것이 우주항공 분야 전반을 집적화하고 우주항공 인력이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우주항공복합도시 건설이다. 여기에 교통 인프라 개선 등 우주항공청 관련 87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려 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특별법에 명시됐던 정부 차원의 ‘우주항공청 직원 정주 여건 조성’ 지원 조항 삭제가 걸림돌이 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우주항공청의 성공여부는 파격적인 지원책과 조속한 정주여건 개선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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