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트럼프의 ‘나토 발언’ 한반도도 주목해야
[경일포럼]트럼프의 ‘나토 발언’ 한반도도 주목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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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예리 경상국립대 교수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맞붙게 된다. 트럼프 진영은 여러 가지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정권 탈환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기억력, 나이, 건강 문제가 또다시 제기되었고, 2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일-하마스) 장기화가 외교정책의 실패로 비춰지면서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고, 앞으로 어떤 이슈가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마지막에 어느 쪽이 웃게 될 것인가 장담하기는 이르다.

2020년 미국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의 대선에서도 대외정책이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중국 정책과 해외 이민자 문제가 부각 되었었다. 선거 유세 때마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에 대한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는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제재를 언급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약속을 어기면서 WTO 혜택만 누렸고, 이로 인해 미국 노동자들은 피를 토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백악관 입성 2년 차였던 2018년 중국의 수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대외정책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지난달 개최된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 유세에서 NATO를 해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미국이 NATO 분담금을 내지 않고 러시아의 공격을 받으면 유럽은 미국을 보호해 주겠느냐‘고 언급한 후, “난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공격하라고 격려할 것이다. 당신네는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성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NATO 동맹은 평화 유지에 큰 역할을 했고, 대서양 국가 간의 군사동맹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NATO의 중요성을 경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사 인식과 책임의 결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1949년 미국 워싱턴에서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을 기초로 설립된 NATO 군사안보 기구에는 현재 31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어느 회원국이라도 외부의 침략을 받으면 NATO 전체 회원국이 침략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집단방위에 나서게 된다. 많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면에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논의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10년 크림반도를 점령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자치화 및 이후 러시아로의 귀속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점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NATO 가입으로 미국과 유럽 간 집단안보 우산 밑에 포함되고자 했다.

만약 트럼프의 언급대로 NATO 체제가 약화 되면, 세계안보는 크게 취약해질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안보를 위협하게 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세계의 지원은 줄어들 것이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통령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한 미국 철수 카드를 내보이며, 우리나라와 일본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일지라도 유럽과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미국의 안보에도 치명상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돌발 발언의 의도는 무엇일까. 중국 정책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이 잘 수행하고 있어 차별화가 되지 않으니 여론과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대선 전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발언했을 수 있다. 정치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판단하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러시아 침공을 옹호하는 듯한 오싹한 발언의 여파가 향후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주시해야 하고, 대선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관계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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