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정치는 생물이라는데…
[경일시론]정치는 생물이라는데…
  • 경남일보
  • 승인 2024.03.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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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논설위원
변옥윤 논설위원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여야는 공천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미처 수습하기도 전에 본격 총선 채비에 돌입했다. 위성정당이 들어섰고 비례정당도 잇달아 창당하면서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지난 국회 총선의 괴물(?)로 등장해 함량미달이라는 논란을 불러온 비례정당도 투표용지를 더욱 길게 만들어야 할 정도로 우후죽순이다. 남은 과정은 이삭줍기와 경합이 격한 지역구의 공천이 남아있을 뿐 큰 그림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정가에서는 이번 총선도 지난 선거 그 이상으로 혼탁, 과열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죄 판정이 난 조국과 선거법위반 혐의로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송영길도 비례정당을 창당해 범법자와 함량미달, 전과자들의 피난, 보호 집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감동이 없는 선거를 예단하기에 충분한 일련의 과정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민심의 흐름을 뒤늦게 파악한 여당은 비대위 체제로 조직을 추스르고 야당은 혁신위라는 조직으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감동을 줄만한 요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국회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한 자격미달과 강경 발언과 폭언, 욕설로 앞장서 특정 정당의 전위부대가 그대로 공천되고 법안만들기와 충실한 자료준비, 국회의원다운 품행의 의원들은 공천과정에서부터 배제됐다. 드러난 후보의 면면을 보면 지난 21대 국회의 전횡에서 한발짝도 전진할 전망이 없다는 예단이 선거전부터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흔히 정치는 생물이라고 말한다. 언제, 어떻게 무엇으로 판세를 흔들어 놓을지 모르는 변수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어느 구청장 선거의 결과는 여당의 비대위 구성을 불러 왔고 그로 인해 정치판의 떠오르는 별이 되어 여론의 중심에 선 한동훈의 등장은 이번 선거판의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좋은 예이다. 김대업의 거짓 병역비리 폭로와 사드 괴담, 광우병 파동 등 흑색선동과 마타도어로 선거를 망쳐놓은 또다른 오도된 흐름도 있었다. 현정권에 대한 심판론과 야당대표의 범죄혐의와 새정치를 내세워 정권의 안정된 유지를 앞세운 선거쟁점은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해 그 틈을 노린 정치가 생물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대부분이 선거가 끝나면 유야무야 해져 좀처럼 근절되지 않은 고착된 우리의 선거문화다. AI의 등장도 그같은 선거 흐름의 새로운 요소이다. 건전한 공약과 미래지향적 담론으로 맞서는 선거문화가 이들의 선거 개입을 막을 수 있지만 이번 선거도 선거문화 교체는 기대난망이다. 떠오르는 새대들의 의식구조변화와 실용적 사고가 선거의 판세를 바꿀 요소지만 거대정당들의 공약은 이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는 관측에서도 정치가 생물이 되는 한편이다.

총선은 축제가 돼야 하고 그 과정이 희망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그 과정에 감동이 있어야 한다. 선거는 정치가 감동을 주는 방편이다. 김영주 의원의 최근 행보는 그같은 행보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을 끈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나 국회의원으로서의 행적에서 매우 모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정도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속의 정당공천에서는 탈락했다. 뇌물수수 혐의가 탈락 이유였지만 단 한번도 혐의로 인한 수사가 없다며 즉각 국회부의장직을 사퇴하고 당적을 여당으로 옮겼다. 농구선수로 출발, 금융노조부위원장을 거쳐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국회상임위 노동위위원장에 이어 국회부의장에 오른 4선의 명예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모멸감을 느꼈다는 소회였고 실제로 그의 공천배제 사유는 허위로 드러났다. 감동은 여당이 그의 입당을 적극 추진했고 그 과정은 매우 신속했다. 지역구 출마도 뒤따랐다. 무엇보다 감동과 생물이 된 것은 노조원 40만의 전국택시노조가 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낡은 정치구도를 깬 이번 사례를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이번 총선을 한눈으로 읽을 수 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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