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진주바위솔 투어리즘’은 어떨까
[경일시론] ‘진주바위솔 투어리즘’은 어떨까
  • 경남일보
  • 승인 2024.03.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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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기 논설위원
한중기 논설위원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꼭 진주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남강을 화려하게 수놓은 개천예술제 남강유등축제는 이미 막을 내렸는데도 이들이 진주를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슬아슬한 남강 벼랑에 매달린 진주처럼 영롱한 꽃망울을 보기위해서다. 양털로 만든 백포필(白毛筆) 같은 하얀 꽂은 선비의 기개를 닮은 듯 백척간두에서조차 고고한 기품을 떨친다. 만개하기 직전에는 자줏빛 보석이 촘촘하게 박힌 듯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나의 개체에 꽃차례가 하나씩만 달리는데, 100개가 넘는 자잘한 꽃은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연출해 찬찬히 보노라면 탄성이 절로난다. 채 1㎝도 안 되는 낱낱의 꽃마다 5장의 꽃잎과 5개의 암술, 자주색 꽃 밥이 달리는 10개의 수술로 구성된 꽃차례는 소우주를 연상케 한다.

꽃차례를 받드는 꽃잎도 예사롭지 않다. 바위에 납작 붙은 독특한 잎은 장미꽃 조각처럼 둥근 방사상 배열을 갖추고 있는 ‘로제트’ 형이다. 방석처럼 똬리를 튼 잎은 녹색 바탕에 가장자리 끝은 자주색이다. 꽃받침과 꽃차례의 ‘벼랑 끝 앙상블’은 눈치 챘겠지만, 진주바위솔 특유의 미학이다. 진주바위솔은 여느 바위솔과 달리 우리나라의 지리산과 진주시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이다. 남강과 진양호 주변 절벽이 주요 자생지다. 아직 희귀식물 목록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개정 중인 희귀식물 목록에 포함이 확실시될 정도로 보호와 복원이 필요한 식물자원이다.

반갑게도 지난해 연말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조직배양방법을 이용해 진주바위솔을 대량 증식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진주바위솔의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대량증식방법을 개발해 진주바위솔의 보전과 활용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진행된 결과물이다. 진주바위솔 추출물은 항산화 항노화 측면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충분하다고도 진단했다. 국립수목원이 지자체와 협력만 된다면, 대량증식기술 이전과 산업적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한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진주바위솔을 잘만 활용한다면 진주의 ‘진주’ 같은 보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산업적 활용과 함께 자생지를 보호하면서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진주바위솔 투어리즘’으로 활용할 가치도 충분하다. 대량 증식된 진주바위솔을 관광 기념품으로 상품화하면서, 자생지는 탐방 관광자원화 한다면 제대로 된 ‘가든 투어리즘’과 ‘에코 투어리즘’이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지역 특산 자생식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진주시의 ‘개인정원 관광 상품화 전략’과도 연계한다면 새로운 관광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생지에 서식하는 진주바위솔 보호대책 수립이 전제되어야 한다. 진주바위솔을 찾는 탐방객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무분별한 탐방에 따른 서식지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난해 11월 남강변 서식지를 방문할 당시 상당수 진주바위솔이 훼손되었고, 일부는 반출된 흔적이 목격되기도 해 체계적인 서식지 파악과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됐다. 진주시는 산림청 국립수목원, 경상국립대 등 관련기관과 공동으로 진주바위솔 서식생태 조사를 우선 실시할 필요가 있다. 국립수목원이 지자체와의 협력을 천명한 만큼 서식지 생태조사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식지 생태조사를 통해 서식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탐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 도입된다면 제대로 된 에코투어리즘이 가능하다.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자생식물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지역소멸 극복 대안이 될 수도 있다”면서 “자생식물로 지역의 스토리를 풀어내는 ‘지역 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진주시가 주목해 봤으면 좋겠다. 진주바위솔은 진주만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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