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도운 보틀북스 책방지기 두번째 수필집 발간
채도운 보틀북스 책방지기 두번째 수필집 발간
  • 백지영
  • 승인 2024.03.12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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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산읍서 카페 겸 서점 운영 7년차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

어렵게 들어간 공공기관을 때려치우고 진주 문산읍 한 임대 아파트 상가에 조그만 카페 겸 서점을 차릴 때만 해도 앞날이 어떻게 굴러갈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책이 많이 있는 카페의 성격이 강했지만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며 카페보다는 동네 책방, 여기에 단골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는 카페 겸 서점 ‘보틀북스’ 책방지기 채도운 작가가 이제는 친구가 된 단골들과의 추억, 그리고 가족과의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담아낸 수필집이다.

이번 책은 그의 첫 수필집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에 이어 3년 만에 두 번째 수필집이다.

두 수필집 모두 책방에서든 집에서든 기억에 남는 일이 생기는 날이면 온라인 공간 ‘브런치 스토리’에 ‘애매한 인간’이라는 필명으로 일기 쓰듯 써 내려간 글을 모은 책이다. 꾸밈없고 담백한 글에 매료된 이들이 하나둘 늘면서 ‘브런치 스토리’에서 그의 글을 구독하는 이들만 3300명 정도 된다. 첫 책을 내기 전부터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 제의를 받았지만 “2년 이내에 가게가 망하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책을 내는 의미가 없는데요”라는 소리에 마음이 상해 계약하지 않았다. 이후 밀리의 서재와 카카오 브런치의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며 첫 책을 냈다.

채 작가는 “책을 낼 때만 해도 인기는 상상도 못 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3쇄를 찍는 걸 보며 글이 그렇게 엉망진창은 아닌가 보다 생각했다”며 “읽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느지막이 알게 되면서 두 번째 책도 자연스럽게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책의 제목은 ‘보틀북스’를 운영하며 힘들었던 순간, 손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수익이 생각보다 나지 않고, 손님과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을 때면 가게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갱신 계약을 하는 저를 발견하는데, 그 모습을 본 손님이 ‘이 가게를 계속 운영할 운명이었나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대단한 계기가 있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기준점이 저에겐 너무 높았다 보니 사소한 일들은 감내하고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책과 전작의 차이점 중 하나는 가족 이야기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전작에서는 ‘보틀북스’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던 까닭에 가족 이야기는 거의 싣지 않았는데, 이번 책에서는 가감 없이 담았다. 채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역시 아들과의 일화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쳐있던 어느날, 아들이 채 작가에게 다가와 AAA 건전지 3개를 주고 간다. 장난감에 건전지를 넣으면 활기차지는 것처럼, 엄마도 건전지를 받으면 힘이 날 거라는 귀여운 상상에서 준비한 선물이었다.

맞벌이 여성으로서의 누구나 느낄 법한 고민 역시 녹아있다. 자녀에게 손이 많이 가던 시기, ‘돈벌이가 되지 않는 공간을 계속 운영하면서 아이를 방치하는 건 아닌가’라는 죄책감과 자괴감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경단녀 독자들이 읽을 때면 눈물이 예약된 에피소드다.

수필집이 나온 후 손님들은 한동안 책을 구매해 자신과의 사연은 어디 등장하는지 찾기 일색이었다. 자신이 나오지 않아 섭섭해하던 손님들은 “앞으로 추억을 열심히 쌓아서 다음 책에는 등장하는 게 목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모든 손님 이야기를 담으려면 시리즈로 출판해야 할 것 같다는 유쾌한 조언을 자양분 삼아, 채 작가는 치열하고도 맹렬한 일상 투쟁기를 꾸준히 기록해 나갈 생각이다.

지베르니. 204쪽. 1만 7000원.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의 무대,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 카운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에서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를 펼친 채 미소 짓고 있다.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에서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를 가리키고 있다.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의 무대인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를 지키고 있다.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에서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를 펼친 채 미소 짓고 있다.
12일 오전 채도운 작가가 진주 문산읍 보틀북스에서 수필집 ‘나는 계속 이 공간을 유지할 운명이었나 봐요’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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