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과 음악=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첫 번째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부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 이제니의 첫 산문집. 음악과 함께 글쓰기의 실존적 고독을 건너온 시인의 내면적 고백인 동시에 ‘새벽’과 ‘음악’을 경유해 도착한 한 권의 시론집이기도 하다. 책은 첫 시집을 낸 후 이전과 같은 것은 쓸 수 없었던 시인이 무언가 다른 것을 쓸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에 시베리아로 떠나면서 사고를 겪게 된 이야기 ‘체첵’으로 시작한다. 2부에 걸쳐 각 12편, 모두 24편의 글을 통해 시인은 ‘회상과 상상의 교집합 속에 숨어 있는 비의 가득한 기억의 편린들’을 섬세하고도 유려한 문장으로 드러내 보인다. 시간의흐름. 240쪽. 1만 8000원.
◇역주해 논개 삼장사 시문 총집=지역의 인물과 역사, 고전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꾸준히 관련 서적을 집필해 온 하강진 동서대 미디어콘텐츠대 교수의 새 책. ‘제2차 진주성전투 430주년 기획, 절개를 논하다’는 부제가 붙은 책으로, 만 십 년간 집념의 여정 끝에 발간한 ‘진주학 시리즈’ 3번째이자 마지막 권. 책은 논개와 삼장사는 진주 촉석루에 명성을 안겨준 존재지만 그간 시문은 극히 일부만 알려지거나(논개), 단 한 번도 정리되지 않았(삼장사)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임진왜란 이후 논개와 삼장사를 제재로 지은 한시·한문·산문을 최초로 집성하고 번역해 진주 충절의 문학 전통과 전개 실상을 객관적으로 서술했다. 경진출판. 780쪽. 5만 원.
◇중고나라 선녀님=‘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11회 혼불문학상에 오르고, 제주도의 찬란한 여름을 배경으로 쓴 ‘하쿠다 사진관’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렸던 소설가 허태연이 한층 더 꿈결 같은 이야기를 담아낸 장편 소설. 부족함 없이 살아온 한남동 재력가 ‘선여휘 여사’가 우연히 중고 마켓을 접한 뒤, 이웃들과 마음을 나누며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은 따뜻한 치유 소설. 평범한 물건에 담긴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음을 사는 재벌 서열 9위 그녀의 수상한 거래를 통해 ‘반품 불가, 대체 불가’의 선녀님이 단 하나뿐인 특별한 하루를 선물하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한 문장으로 풀어냈다. 놀. 428쪽. 1만 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