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0]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120]
  • 경남일보
  • 승인 2024.03.13 1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10)
여린 풀빛 잎을 피운 나무가 있고 올된 벚나무는 벌써 꽃망울을 맺고 있습니다. 여전히 꽃샘잎샘이 오락가락 하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꽃샘잎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옛말이 있는 만큼 고뿔 안 걸리게 옷 잘 챙겨 입으시기를 바라며 지난 글에 이어서 ‘발’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몇 가지를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 가운데 ‘첫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본디 ‘첫발자국’이라는 말이 줄어서 된 말인데 ‘어디에 처음으로 내딛는 발’이라는 바탕뜻(기본의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의 첫 시작이나 출발’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발을 떼다”라는 버릇말(관용어)은 ‘어떤 일이나 사업의 시작에 들어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게 되었다고 하겠습니다. 덤으로 옛말(속담)에 “아이 발이 첫발이라”는 말도 있는데 ‘시작이 비록 서툴러도 뒤에 뛰어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랍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에 ‘한발’이 있습니다. 이 말은 본디 ‘발 하나’의 길이만큼을 나타내는 말인데 ‘어떤 동작이나 행동이 다른 동작이나 행동보다 시간이나 위치상으로 약간의 간격을 두고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발 앞서다”는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상에) 적은 차이로 우위를 점하다’는 뜻의 버릇말(관용어)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발 (뒤로) 물러나서[물러서서]”라는 버릇말(관용어)도 ‘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관계하지 않고 관조적인 입장을 취함을 이르는 말’로 쓰고 있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에 ‘허튼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 말은 ‘사냥에서 다치거나 하여 일정하지 않는 짐승의 발자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짐승이 다쳐서 제대로 걷지 못하기 때문에 발자국이 제대로 남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짜임으로 된 ‘허튼소리’ 소리라는 말의 뜻을 떠올려 보면 ‘허튼발’의 뜻도 어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싶습니다.

발이 들어간 토박이말에 ‘헛발’도 있습니다. 이 말은 ‘어디를 잘못 디디거나 어디로 잘못 대찬 발’이라는 바탕뜻(기본의미)이 있고 ‘공연히 구르는 발’이라는 뜻도 있으며 원생동물인 아메바의 운동기관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헛발(을) 짚다”는 ‘사람이 예측이나 판단을 잘못하다는 뜻이고 “헛발(을) 치다”는 ’어떤 일이 아무런 보람이나 소득이 없다‘는 뜻입니다.

‘헤엄발’이라는 말도 있는데 헤엄을 치며 다니는 ‘유영동물에서 그 몸을 물에 떠가게 하는 다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고래의 앞지느러미가 헤엄발에 속한다고 하며 ‘헤엄다리’라고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흙이 많이 묻어 흙투성이가 된 발’은 ‘흙발’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알고 보면 우리가 나날살이에 잘 쓰고 있는 말도 있지만 잘 몰라서 못 쓰는 말도 있습니다. 많은 말을 알면 알수록 우리의 느낌, 생각, 뜻을 좀 더 똑똑하게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되고 다른 사람의 말도 잘 알아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서로 막힘이 없이 느낌, 생각, 뜻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모두가 우리말을 배우고 익혀 쓰는 일을 지며리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