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찬 창원총국
지난 ‘기자의 시각’에 이어 또 한번 폐교 이야기다. 2023년 교육부 자료를 보자.
‘전국 시·도교육청 폐교재산 현황’을 톺아보니 교육청이 이고 앉은 폐교가 1300곳이 넘는다. 이 중 ‘미활용 폐교’는 총 358곳으로 보유 폐교의 27% 정도다. 폐교 4곳 중 1곳은 방치다.
전남이 83곳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경남이다. 보유 폐교 가운데 미활용 비율 역시 경남이 전남 다음으로 많다. 이들 경남의 미활용 폐교의 가치(공시지가 기준 대장가액)를 돈으로 따져보니 300억원 가까이 된다. 전에도 얘기했듯 경남교육청 입장에서는 꽤나 골머리 썩을 일이다.
그렇다고 당장 뾰족한 수가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폐교의 녹슨 교문을 다시 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교육청에서 폐교를 입찰로 매각하거나 새롭게 건물을 지으려고 해도 일정기간 동안 용적률이나 건폐율 제한을 받기 때문에 착수가 쉽지 않다. 만만찮은 가격도 높은 허들이다. 여기에다 학교가 위치한 곳이 대부분 지역 핵심 부지여서 활용에 대한 지역민과 지자체 등 요구가 다양해 이를 통일하는 것도 일이다.
그래서 경남교육청이 ‘폐교재산 활용 추진단’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교수, 도시계획기술사, 학교운영위 관계자, 지자체·교육청 관계자 등 9명으로 구성된 TF다. 이들이 처음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기로 한 게 지난 19일. 그런데 하필이면 그 전날 통영의 한 초등학교에서 큰 불이 난 탓에 이날 모임이 무산됐다. 어째 첫 단추 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 말을 들어보니 다음 일정 잡기도 어렵단다. 각 위원들의 개인 일정을 조율해야 하는 탓에 9명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다.
사실 폐교 활용방안은 차고 넘친다.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우수사례들이 국내외에 널리고 널렸다. 경천동지할 쌈빡한 아이디어 없다면 베끼면 된다. 그거 베낀다고 누가 뭐라할 사람 없다. 하지만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 법. 대충 보면 쉬워 보여도 제대로 하려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노력이 필요한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나 역시 미력하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사업’에 폐교활용을 주제로 취재지원을 신청했다. 이 아이템이 통과되면 국내외를 돌며 눈과 귀를 열어볼 작정이다. 모쪼록 경남교육청도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면 한다. 학교가 지역의 흉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게 말이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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