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성 모의당(慕義堂) 활용 방안 마련하자
[경일포럼]진주성 모의당(慕義堂) 활용 방안 마련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24.03.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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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진주성 모의당(慕義堂)은 의기 논개의 순국정신이 서려 있는 의기사(義妓祠)를 지키고 제례를 준비하기 위한 공간이자, 전통 가무악(歌舞樂) 전승의 거점이었다. 모의당의 설립 경위와 건립 연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영조 16년(1740) 이래 의기사를 수호해 온 진주 기생들의 모임장소로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기록원 운창실록청 기록에 의하면 모의당은 의기 논개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전국 유수의 국악인과 전직 진주 기생들이 모여 진주검무를 비롯한 가무악 전수 등 전통 예술의 맥을 이었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모의당에는 국악이론가이자 교육가인 기산(岐山) 박헌봉(朴憲鳳)을 비롯해 선상기(選上妓) 최순이(崔完子), 이윤례(李潤禮), 김자진(金子眞), 강귀례(姜貴禮) 등이 출입하면서 진주교방문화의 맥을 이었다. 이 모의당 모임은 후일 진주국악원 출범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모의당을 출입하면서 진주의 국악인들과 교류했던 기산 박헌봉은 문화재위원이 된 이후 진주검무를 무형문화재로 등재하는데 앞장섰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상기로 궁중의 진연도감청에 뽑혔던 최순이(최완자) 역시 후일 모의당을 찾은 운창 성계옥이 의암별제 복원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이처럼 모의당은 전통 국악과 가무악 중심의 교방문화 전승·계승공간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후, 진주 기생들이 의기창렬회를 설립한데 이어 모의당을 건립(1962년)해 논개의 제향을 주관했다. 하지만 점차 진주 기생들의 맥이 끊기면서 모의당은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히기 시작했다.

모의당은 진주성정화사업이 추진된 1970년 이전까지는 촉석루 아래 의암사적비 동쪽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국가기록원의 진주성정화사업(1983년) 기록에 따르면 현재의 위치로 이건된 것으로 보인다. 모의당 이건 이후, 리모델링(2002년)을 거쳐 현재는 진주성관리사무소로 이용되고 있다.

진주성 모의당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의기논개 순국정신의 현창공간이자, 진주의 전통 가무악 전승공간이었던 모의당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재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선 모의당을 교방문화에 뿌리를 둔 ‘진주 전통예술 체험 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실제로 모의당에서는 진주검무를 비롯한 교방의 가무악을 비롯해 전통 예술을 강습하는 공간이었다. 비록 공간은 협소하지만 모의당을 활용해 진주성을 찾는 관광객에게 진주의 전통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진주시 전통예술학교’ 운영도 고민해 볼만 하다.

대한민국 교방문화의 산실인 진주교방문화를 알리고 홍보하는 ‘진주 교방문화 홍보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로 진주의 봄 축제인 진주논개제가 교방문화에 정체성을 두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모의당을 진주 교방문화 홍보·역사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진주의 축제 기간에 이루어지는 각종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모의당의 건립 경위가 의기 논개제의 제사준비 공간으로 기능했다는 역사성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진주논개제,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등이 진주성에서 개최된다. 진주논개제는 헌다례를 봉행한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고유제, 개천예술제는 서제를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 축제가 개최하는 각종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거점공간은 물론 제관들의 환복공간 마련 등 다양한 차원에서도 활용가능하다.

모의당은 역사적으로 진주 전통 가무악 전승의 거점으로 기능함과 동시에 의기 논개 제사를 준비하는 공간이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의당이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찾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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