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어쩌다 우린 집토끼가 되었을까
[현장칼럼] 어쩌다 우린 집토끼가 되었을까
  • 이웅재
  • 승인 2024.03.2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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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이웅재 남부취재본부장


세상이 시끄럽다. 의사 수를 늘려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정부 방침에 의료계가 집단 반발로 맞서면서 정작 국민들은 진료 차질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며 노심초사다. 병자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보호자 없는 환자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사태는 예측불허 전전긍긍의 시기다. 상황이 언제 정상화될지 알리 없는 환자와 가족들은 새까맣게 가슴이 타들어가고 있건만 이런 사태를 촉발한 정부와 의료계는 해결에 부지하세월이다.

사사건건 감놔라 배놔라 간섭 잘하는 정치인들도 여기선 묵묵부답이다. 우리나라는 다당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정치 현실은 양당제에 다름없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민주당로 판을 짜고 있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목전에 다가왔다. 자당에 이익이 되면 없는 이슈도 만들어 불붙이는 이들 양당이 유독 지금의 의료사태엔 침묵하고 있다. 할 말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해결할 능력이 없어서 인지는 몰라도 인문학적 소양인 공감 능력의 부족은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끝에 후보등록이 마무리 됐다. 여야 모두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고 주장은 하고 있지만 입맛에 드는 인사 내리꽂기 등 뒷말이 무성하다. 여야 구분 없이 자칭 타칭 텃밭으로 여기는 지역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각하다. 쉽게 생각하면 될 일도 일부러 꼬아 유권자의 눈을 가리니 “그냥 찍으라는대로 찍으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따르라”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국회의원 배지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한다. 배지만 달면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 대한민국의 특권층이 된다. 막강한 권력에는 의무란 책임이 동반되는데 그렇지 못한게 세상이다. 조만간 특권층에 합류할 후보들의 공천권을 쥔 정당은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한다. 후보자는 유권자 보다는 정당 공천에 목을 맨다. 정당 우선의 배경에는 텃밭과 집토끼 논리가 있다. 무슨 근건지 자기 텃밭으로 치부하는 지역이 있고 여기에 있는 유권자는 자연스럽게 집토끼가 된다.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데 집토기와 산토끼의 대우는 무엇이 다를까 궁금하다.

텃밭과 집토끼는 유권자 스스로 자초했다는 시각이 있고, 이런 분위기가 한국 정치의 후진성에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말이 공공연이 나돈적이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면면부절 이어지면서 한국 정치는 인물보다는 당적을 우선시했고, 죄 지으면 벌 받는 당연한 이치조차 뒷전으로 물리는 기이한 일을 상식이라 주장하는 이가 심판대에 오르기도 한다.

교묘하게 법을 피해가는 이들이,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이 챙겨가는 과실은 그들의 몫인데 아픔과 부끄러움은 왜 우리의 몫이 돼야 하는가. 일모서천에 망망해로라 했던가. 오늘의 선택이 잘못돼 천금 같은 우리 후손들에게 상처로 남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하는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21세기는 글로벌이 구현되는 시기다. 정치인은 세계를 항해하는 대한민국호의 길잡이다. 그런데 자기 인생에서 자기를 보지 못하는 자들이 지도자의 탈을 쓰고 키를 잡으면 어떻게 될까.

옛 선현들이 말했다. “이 세상엔 진심 아닌게 없다”고, 그래서 “교언영색으로 치장한 말과 마음보다는 보여주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분들이라면 작금의 상황에 어떤 죽비를 날릴까. “익숙치 않은 자유가 넘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희한한 혼란을 불러오고, 이것을 이용하는 자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표로 시작해서 표로 끝난다. 표로 때려서 혼줄 내야 길이 든다. 제아무리 드센놈도 권력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주인된 유권자는 현혹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수양하면서 천하만민의 위엄을 세우라”고 일갈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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