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작가 아닌 공모기관에 공탁해 감형 ‘분통’
피해작가 아닌 공모기관에 공탁해 감형 ‘분통’
  • 백지영
  • 승인 2024.04.08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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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미술관장 예술인 사례비 부정수급
현행법상 피해자는 작가 아닌 공모기관
작가에 연락 없이 기관에 보조금 반환
기관 “선례 無 이례적 사건…대처 논의”
속보=도내 한 사립미술관장이 예술인 등에 지급했어야 할 사업 사례비를 유용해 벌금형을 받은 가운데, 작가가 아닌 공모 기관에 전액을 공탁하면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경남일보 8일 자 5면 보도)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지방보조금법과 보조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뮤지엄남해(前 사천 리미술관) 관장 A씨에게 최근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각종 사업으로 지급받은 지방보조금·간접보조금 중 작가 사례비 등 4680여 만원을 미술관 운영비와 직원 급여 등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화예술기관 3곳의 공모사업 5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소속 작가 B씨 등의 사례비를 유용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유용한 금액 전액을 문화예술기관 3곳에 공탁한 점,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눈에 띄는 점은 노동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한 작가 등이 아닌 사업을 공모했던 문화예술기관에 공탁을 걸었다는 점이다. 현행법상으로는 지방보조금법·보조금법 위반 사건 피해자는 일을 하고도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작가 등이 아닌 사업을 공모하고 보조금을 지급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관 3곳은 A씨의 공탁 사실과 재판 선고를 인지한 반면, 정작 4년째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제 피해 작가 등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도내 한 법조인은 “통상 보조금 부정 수급 사건은 보조금 조건 위반으로 환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이렇게 기관이 보조금을 환수하고 나면 실제 피해자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부정 수급 사건은 재판 단계에 가기 전, 실제 예술노동자에게 늦게나마 사례비를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 된다.

경남메세나협회 관계자는 “보통 부정 수급 문제가 드러나면 사업 수행 기관이 예술인에게 사례비를 정당하게 지급하는 선에서 사안이 마무리된다”며 “작가에게 돈을 지급하지 않고, 재판을 통해 우리에게 공탁한 적은 처음으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경남도 출자 기관인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처음 겪는 상황이다.

각 기관들은 판결문을 수령하는 대로 감사실, 경영 부서 등과 공탁금 처리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자체 예산이 아닌 경남도나 사천시 보조금을 내려준 경우도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피해 작가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한 작가는 “제가 받지 못한 돈을 기관에 공탁했다고 하니 혼란스럽다”며 “지금이라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자신을 자책하는 작가도 있다. 한 작가는 “관장을 믿고 통장을 맡긴 내 잘못이라, 억울하지만 뭔가 바랄 수 없다. 부정 수급이 인정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내 사례를 계기로 다른 작가들은 쓰임 당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고 인식을 바꿔 정당한 권리를 찾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도내 한 변호사는 “공모 기관으로써는 작가들에 공탁금 지급 시 감사에서 문제가 되진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다”면서 “법률심의위원회 결의를 거쳐 지급하거나, 작가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이를 인정하고 집행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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