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결정에 '망연자실'…노조 긴급 대책회의
아내가 진주의료원 노인병원에 입원해 있는 유한명(70·진주시 하대동)씨는 26일 의료원 폐업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그는 “폐업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주시내에 이런 시설이 없다. 다른 곳은 시설이 노후됐고 비용도 비싸다”며 “다른 곳으로 이송하라고 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윤씨뿐 아니라 현재 노인병원에 입원해 있는 103명의 환자와 그 보호자들 역시 한숨만 내쉴 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새 병원으로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한 시설과 도립의료기관 특성상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 그럴수 없으리라는 걱정 때문이다.
폐업소식을 접한 진주시민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주시 하대동 김모(여·42)씨는 “주위 환경도 좋고 시설도 쾌적한 진주의료원을 자주 이용했었다”며 “인명을 다루는 병원이 자본의 논리에 얽매여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시민은 “진주의료원이 폐업하게 되면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직장을 잃는 것 아니냐”며 “요즘 같은 시기에 일자리를 잃는다니 너무 가혹한 처사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직원들 또한 경상남도의 폐업결정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도가 직원들의 자진사퇴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조는 경남도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 집행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박석용 노조지부장은 “경남도가 논의도 없이 폐업결정을 내린 것에 유감스럽다”며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부경남 서민환자의 불편은 물론 직원 233명을 길거리로 내모는 결정을 어떻게 이렇게 처리할 수 있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수행해 왔던 역할은 무시하고 만성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는다는 것은 지자체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전국보건의료노조 관계자와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폐업결정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직원들은 이날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직원끼리 향후 절차에 대해 고민하는가 하면 노조로 사실확인을 위한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이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진주의료원 폐업결정’이 올라오면서 직원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다.
한 간호사는 “병원이 어려웠지만 공공의료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는데 폐업조치는 너무한 것 아니냐”며 울먹였다. 이어 “폐업결정이 사실인 게 확실하냐”며 되묻기도 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일이 손이 잡히겠나. 꿈인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의료원 간부 역시 폐업결정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권해영 원장의 중도사퇴 이후 권한대행을 맡아온 남경희 기획실장 역시 이날 오전 폐업소식을 접하고 경남도에 사실확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는 지난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경영 정상화를 구상 중이었다. 경남도는 이날 박권범 식품의약과장을 진주의료원으로 파견하고 폐업절차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진주의료원은 만성적자로 인해 지난 2008년 이후 임금이 동결된 상태며 6개월 분의 임금이 체불된 상태다. 직원은 233명이며 이 중 의사는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